창업, 성공보다 생존이 우선…'불황형 아이템'에 눈 돌려라
유럽발 재정위기와 미국·이란 간 긴장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 중국의 긴축정책 등이 세계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같은 세계 경제 환경은 내수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창업시장도 올해는 횡보를 걷지 않을까 우려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 때문에 각 가맹본부들은 신사업 진출이나 자매 브랜드를 내놓으려는 팽창 전략을 수정, 내실위주 경영으로 돌아서려는 분위기다.

최근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원장 장재남)이 실시한 ‘창업&프랜차이즈 동향 조사’에 따르면 창업비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장 원장은 그 이유를 “20~30대 청년창업이 크게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경기전망이 어둡기 때문에 창업비용을 아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치킨,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 업종이 창업시장을 선도했다. 카페베네를 비롯한 커피전문점 시장은 시장포화라는 주변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상한가를 달렸다. 웰빙을 테마로 한 다양한 먹거리가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선도한 해였다. 불황에 허덕이던 웰빙 아이템도 모처럼 활개를 펼쳤다. 건강을 테마로 한 샤브샤브전문점이나, 화덕피자전문점, 홍삼커피전문점, 수제샌드위치전문점 등이 외식문화를 이끌었다. 일본식 카레전문점과 누들전문점, 라멘전문점 등 수입 아이템의 활약도 기대이상이었다. 요약하면 가볍고, 부드럽고, 젊고, 친여성적인 아이템이 선전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호황형 아이템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불황형 아이템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환경이 여의치 않음에 따라 창업 규모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불황의 여파가 조금 일찍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새로운 사업영역에 진출하려는 가맹본부나 가맹점사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의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하다.

경기에 따른 영향과는 달리 인구 특성의 변화에 따라서 창업 트렌드가 변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그들의 자녀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 1인 기업이나 부부창업과 같은 몸집이 작은 아이템이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그만큼 창업시장이 젊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소비 측면에서는 이들의 사회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부모와는 달리 간편하고 자기만의 생활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의식주 모든 분야에서 탈가족화와 자기중심형 소비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기던 외식문화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혼자서 커피 한 잔에 샌드위치로 식사를 대신하는 서구형 외식문화가 성큼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급성장하는 중식(외식과 내식의 중간 형태)문화가 본격적인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고객의 구매 예정시간과 결정시간을 단축시키는 경향이 높아져 테이크아웃 업종이 지속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부담을 크게 느끼는 젊은층은 직접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싸게 사는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이들도 창업시장에서 일정한 위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버카페와 실버학원, 귀농을 위한 컨설팅업 등에 도전해볼 만하다. 건설경기 침체와 이사수요 급감으로 관련 시장의 침체도 예상된다. 부동산업이나 인테리어, 가사서비스업의 전망은 어두운 편이다. 이 가운데 저렴한 비용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홈데코사업이나 리폼업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소주와 매운 맛으로 대표되는 불황형 외식브랜드의 시장 참여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맥주시장의 성장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소주로 대표되는 주점형 외식프랜차이즈가 선전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로 대표되는 클럽식 주점이 인기를 끌었다면 올해는 술과 안주가 다시 주목받는 정통 주점업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와 저녁식사를 결합한 다이닝카페나 플라워카페, 즉석반찬도시락 전문점이 대표적이다.

정보공개서 공개와 가맹본부 수준평가 제도가 정착되면서 예비창업자들의 가맹본부 선택기준이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가맹본부의 프랜차이즈 시스템 강화 노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비용고효율을 경영목표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원활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시도가 일어날 것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대중화되면서 유비쿼터스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이용한 가맹점관리와 고객관리 프로그램이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올해 프랜차이즈 시장은 냉탕과 온탕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창업자는 냉정함을, 가맹본부는 내실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공보다는 생존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움말=박민구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 부원장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