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증 외상치료 시스템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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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퍼즈 前의원 총상 수술한 피터 리
그는 커서 의사로서 배운 것을 누군가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미 해군에 자원 입대해 응급상황에 처한 군인을 돌봤다. 리 박사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발생한 테러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개브리얼 기퍼즈 전 미 연방하원의원을 치료하게 된 것은 ‘필연적 운명’이었다. 미 언론은 “기퍼즈 의원은 ‘하늘이 내린 의사’를 만났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야전병원에서 팔 다리가 잘린 군인을 치료했던 그의 분투와 봉사정신이 기퍼즈를 살렸다”고 보도했다.
그가 대전선병원이 중증외상센터 개설 기념으로 지난 주말 개최한 ‘중증외상 진료체계와 응급의료체계의 연계’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29일 출국에 앞서 기자를 만난 리 박사는 “미국은 환자가 없어도 응급 의료사들이 수십명씩 대기하고 있지만 한국은 대학병원들조차 외상진료시스템이나 응급진료체계가 환자를 치료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돼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정말 좋은 병원은 시설이 아니라 아무리 급박한 상황에 있는 환자라도 병원에 들어왔을 때 바로 수술할 수 있는 의료진과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리 박사는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데이터 축적으로 사고·사망률을 낮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응급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식을 바꿔 시스템과 전문의를 키울 수 있는 재원 마련 필요성도 제기했다. 미국엔 담배와 주류에 관련 세금이 매겨진다고 했다.
리 박사는 자신이 한번도 한국사람임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치료)경험을 한국 의사들에게 전수해 많은 사람을 살리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봉사하면서 사는 게 의사로서 살아가는 꿈”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의사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왜 자신이 의사가 되려고 하는지 항상 물어봐야 한다”며 “한국 후배들은 돈과 유명세를 좇는 의사가 되지 말고 사람을 살리고 돕는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리 박사는 대전선병원이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봉사 행복 도움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어 선두훈 이사장, 선승훈 의료원장 등과 깊은 동료애를 갖고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1988년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첫 아시아계 대통령 외과주치의로 순방을 수행하기도 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