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선주협회장 "글로벌 해운시장 '합종연횡 태풍'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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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하반기 업황 소폭 회복…2013년엔 본격 상승 기류
국내 선사, 자구책 마련해야
조선 1위·해운 6위 걸맞게 선박 전문 금융기관 필요
하반기 업황 소폭 회복…2013년엔 본격 상승 기류
국내 선사, 자구책 마련해야
조선 1위·해운 6위 걸맞게 선박 전문 금융기관 필요
이종철 선주협회 회장(STX팬오션 부회장·사진)은 “극심한 해운불황과 출혈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선사들도 체질강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장회복 시기와 관련해 “올 하반기 소폭 살아나고 내년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격적인 상승 기류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30일 서울 남대문로 STX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해운업계 현안과 전망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해운, 최악은 지났다”
해운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유럽 경기침체와 고유가, 선박 과잉 등 악재로 침체를 겪고 있다. 세계 1위 머스크가 아시아~유럽 주요 항구에 매일 기항하는 ‘데일리 머스크’ 서비스를 도입하고 2,3위 업체인 MSC와 CMA-CGM이 협력을 맺는 등 규모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지 못하면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 회장은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들의 대규모 공세 속에서 국내 선사들도 각자 경영 여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G6에 참여하고 한진해운이 속한 CKYH가 대만 에버그린과 제휴하는 등 해운동맹을 활용한 대응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도 고유가와 공급과잉이 이어지면서 해운업계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시장에서 예상하는 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고유가로 노후선박이 퇴출되는 등 숫자로는 계산할 수 없는 긍정적인 변수들도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시장회복은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박전문 금융기관 나와야”
이 회장은 한동안 지속될 불황을 극복하려면 업계 자체 노력 이외에 금융지원 등 정부의 역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업계의 어려움이 1위 업체부터 중소업체까지 모든 선사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여건을 개선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선가가 저렴한 불황기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호황기를 대비해야 하는데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금융권의 이해부족으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선박금융의 불모지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그는 “조선 1위, 해운 6위인 나라에서 선박·조선 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가 최소한 하나쯤은 있는 게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라며 “호·불황이 교차하는 해운업 사이클을 감안한 5년 이상의 장기금융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선주협회는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 정책금융공사 등과 선박전문 금융기관 설립을 논의중이다. 기존 국책금융기관이 선박·조선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대폭 늘리는 방안과, 규모는 작더라도 선박금융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추가로 설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선박금융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 및 국책금융기관의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고, 부산에서 전문기관을 유치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연내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량화주 해운업 진출 ‘원천봉쇄’
이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금융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세계 선박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유럽계 은행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중국계 은행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금융기관도 중국처럼 글로벌 선박금융 시장의 판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스코, 한국전력 등 대량화주들의 해운업 진출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허용되는 30%의 지분 투자까지도 원천봉쇄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해운법에선 포스코,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대규모 국가전략화물을 보유한 업체의 해운업 진출을 규제하고 있다. 화주업계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해운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 한도를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내년께 규제가 철폐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유정/장창민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