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아이폰 고객 쟁탈전…"남는게 없네"
SK텔레콤KT가 벌이고 있는 아이폰 판매 경쟁이 ‘상처뿐인 영광’만 남기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아이폰이라면 어느 통신사라도 좋다’는 이용자들을 붙들기 위해 두 회사가 마케팅 비용을 과도하게 쏟아붓는 과정에서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이폰 이용자들은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가장 높아 경쟁사의 ‘고객 빼가기 마케팅’을 수수방관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게 통신사들의 처지다.

◆SKT-KT, 물러설 수 없는 싸움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자사 아이폰4S 가입자 가운데 48%가 KT 고객이었다고 30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다른 스마트폰의 경우 KT에서 옮겨 온 이용자 비율이 30%인 데 비해 아이폰 이용자들의 전입 비율은 1.6배가량 높았다”며 “통화품질의 우위가 KT 측 이용자들의 이탈 확대를 이끈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1월 중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KT에서 옮겨온 고객 가운데 52.6%는 2009년 아이폰3GS 때문에 KT로 넘어갔던 우량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KT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KT 관계자는 “기존에 아이폰3GS를 쓰다 스마트폰을 바꾼 사람들 가운데 SK텔레콤으로 넘어간 사람은 30%밖에 안 된다”며 “KT를 다시 이용한 고객 중 95%가 아이폰4S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미국 통신사들 무더기 적자

두 회사의 서로 다른 주장에도 아이폰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KT에서 SK텔레콤으로 옮겨 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해보면 아이폰 가입자는 이통사에 대한 충성도가 대단히 낮다”며 “이통사 마케팅에 따라 쉽게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포커스컴퍼니가 지난해 10월 KT에서 아이폰3GS를 쓰고 있는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조사 결과 SK텔레콤에서 KT로 옮긴 이용자는 49.9%였다. ‘다음번에도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는 응답은 81%에 달했다. 47%는 SK텔레콤으로 옮겨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KT 잔류 의사를 밝힌 이용자들은 장기 가입 할인(23%)·번호 이동시 가입비 부담(13%)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통신사들은 이 같은 아이폰 이용자들의 성향을 무시할 수 없는 여건이다. 때문에 지난해 11월 아이폰4S를 출시할 때 SK텔레콤과 KT는 또 한번의 출혈 경쟁을 벌여야 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4분기 양사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25~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단말기 구입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통신사들의 마케팅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버라이즌과 AT&T 등 미국 이통사들도 아이폰 마케팅 경쟁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은 지난해 4분기 20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프랜 샤모 버라이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아이폰과 LTE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2위 업체인 AT&T도 지난해 4분기 67억달러의 순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주력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대한 막대한 판매 보조금이 수익성을 갉아먹은 주범으로 지목됐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은 이에 대해 “아이폰이 이통사들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