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에 대항해 먼저 일부 국가에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의회의 수출 중단 의결은 연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자국 핵시설 조사에는 협조하는 등 양면작전을 펴고 있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로스탐 카세미 석유장관의 발언을 인용, 이란이 몇몇 나라에 곧 석유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카세미 장관은 대상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 이란은 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과 교역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앞서 이란 의회는 EU가 7월부터 이란산 석유에 대해 전면 금수조치를 취하겠다고 결정하자 EU에 석유 수출을 즉시 중단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반발했다. 모하마드 카림 아베디 의원은 “최소 5~15년간 유럽에 원유 공급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서방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란 의회는 당초 29일로 예정돼 있던 대(對)EU 석유 수출 금지 법안 상정과 표결을 2월3일로 연기했다. 이란 에너지위원회 대변인은 “원유 수출 중단 법안 초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은 또 IAEA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했다. IAEA 사찰단은 우라늄 농축이 진행 중인 콤 핵시설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란의 행보가 ‘벼랑 끝 전술’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오일달러가 국가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이란은 EU가 금수조치를 시행하면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란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석유 수출 중단’ 카드로 엄포를 놓고 있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자국 내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핵사찰을 허용했다는 것은 서방과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강경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이란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군사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