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본기업 전용공단 하반기 착공
작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업체들이 안전한 해외 생산거점을 찾아나선 가운데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일본 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2008년 국내 첫 일본 전용 산업단지로 지정된 경북 구미 4산업단지에 이어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가 최근 이 같은 산단 조성 계획을 밝히며 지자체 간 ‘일본 기업 유치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구시는 정부로부터 국가산단 내 외국인 투자 지역(43만㎡) 지정을 받아 전체 면적의 50% 수준(23만여㎡)을 일본 기업 전용공단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30일 밝혔다. 전용공단은 올 하반기 착공 예정인 대구국가산업단지(달성군 구지면 일대 852만㎡)에 들어선다. 외국인투자 지역 지정은 2014년까지 6조원 투자 유치 달성을 내건 대구시의 역점 사업으로, 부지 매입보다 임대 방식을 선호하는 일본 기업 유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지역 입주 기업(외국인 투자비율 30% 이상)은 부지 매입비의 75%를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고, 임대료(75~100%)와 국세 및 지방세(1000만달러 이상 투자한 제조업) 감면 혜택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대구, 일본기업 전용공단 하반기 착공
대구시는 기존에 국내에 진출한 일본 업체들을 통해 국가산단 입주 기업을 물색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삼성LED와 합작해 지난해 4월 성서5차첨단산업단지에 SSLM을 설립한 스미토모사와 지난해 12월 대구테크노폴리스 공장 건립을 확정한 나카무라토메사의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6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스미토모그룹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의 경우 일본 재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으로 있고, 나카무라토메의 겐이치 사장 역시 일본공작기계협회장으로 6년간 재직 중이다.

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은 “성서산업단지 기계부품클러스터 및 구미, 창원, 마산, 울산 등을 두루 아우르는 산업 요지에 위치한 입지적 장점과 지난해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대구 기능, 기술 인력의 위상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도시 1단계 2지구에 66만㎡(20만평) 규모의 일본 기업 전용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밝힌 부산시도 유치 작전에 팔을 걷어붙였다. 입주 의향을 보인 일본의 도시계획기획사인 RIA, 일본 최고 민간연구소인 일본종합연구소와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며, 이외에도 미쓰비시그룹과 스미토모그룹 등 일본의 간판급 종합상사 계열사와 협력업체들도 부산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의 유치 전략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개별 기업 유치가 아니라 일본의 유명 종합상사 계열사와 협력사를 위한 전용 산단 조성을 추진 중”이라며 “원천기술과 고부가가치 기술을 갖춘 알짜기업 유치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경북 구미 4산단도 일본 업체들을 잇따라 입주시키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대표적 에너지 그룹인 JX그룹이 전기자동차 보조전원으로 쓰이는 전기이중층커패시터(EDLC)용 탄소소재 생산공장을 준공했으며, 부품소재업체인 이시자키프레스공업도 2015년까지 리튬이온전지캔 생산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일본 도레이사도 최근 자사의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보고 있는 멤브레인(Membrane·수처리 여과막) 생산 공장을 구미 산단에 1조3000억원을 들여 짓기로 했다.

대구=김덕용/정소람 기자 kim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