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 시도의 수장들이 사상 처음 트위터로 온라인 ‘토크콘서트’를 벌였다.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그 주인공. 평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을 통해 소통하는 정치인이자 민주진보진영을 대표하는 광역단체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은 국가균형발전선언 8주년을 기념해 29일 열린 온라인 토크콘서트 ‘4인 트윗 톡톡’에 참여해 1시간 30분간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날 균형발전 선언만큼이나 ‘역사적’이라고 할 만큼 기대를 모은 첫 트위터 토론은 그간 보기 어려웠던 광역단체장들의 재치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시·도지사 4인 "MB정부 균형발전정책, 평가불가"
박 시장은 “내 트위터 사부였다. 지금은 나도 파워트위터인데 인정하죠?”라며 고재열(@dogsul) 사회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최 지사는 취임 100일을 앞둔 박 시장에게 “저의 유일한 쫄병”이라며 온라인 재회를 환영했다. 박 시장은 “업무량 최고, 고민량 최대, 설렘은 매일 급등의 나날이었다”고 토로했다. 이때 띄어쓰기를 잘못 하는 바람에 ‘지자체 장님들’로 오타가 나기도 했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에서 사회를 보던 고재열 기자가 인증샷을 요청하자 최 지사는 책상에 발을 올린 편안한 자세의 모습을, 박 시장은 집무실 책상에서 ‘열 트윗토크중’인 모습을, 김 지사는 하동사랑방에서 트위터 하는 모습을 각각 올렸다. 토론까지 할 실력이 안 된다고 했던 김 지사는 서툰 ‘인증샷’으로 오히려 눈길을 끌었다.

안 지사는 같은 시간 세종시 연기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기념식과 오프라인 현장토크 참석이 겹쳐 인터넷 생중계로 인사를 대신했다. 안 지사는 행사 내내 온-오프라인 토크를 오가느라 질문 속도를 쫓지 못해 애를 먹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의 핵심과제로 추진한 균형발전정책. 이명박 정부 들어 퇴행을 거듭하며 그 가치가 무너졌다. 김 지사는 “이러다 지방 다 죽겠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에 점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 지사는 “평가불가”라고 단언했고, 박원순 시장은 “묵비권 안되냐”고 되물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 백지화 논란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 안희정 지사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방문을 촉구했다. 안 지사는 “(이 대통령은) 한 번도 세종시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국민들께서 결정해준 사업에 대해 대통령이 굳건한 추진의지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4명의 시·도의 수장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어려움과 균형발전, 지방분권을 위한 과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올해 총선, 대선의 전망을 묻자 박 시장은 ‘수가재주 역가복주’라는 사자성어로 답변을 대신한 뒤 “시민의 소망을 잘 받아안는 쪽이 대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부산-울산-경남지역에서 민주진보진영이 15석 정도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음은 이날 트위터 토론의 요지이다.

▶ 국가균형발전 최전선에서 광역단체장으로 일한 소회는.

o 박원순(@wonsoonpark) : 업무량 최고, 고민량 최대, 설렘은 매일 급등의 나날이었다. 지금 가장 고민은 뉴타운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내일 발표인데 문제는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o 최문순(@moonsoonc) : 24% 도지사(제정자립도 24%)로서 지역 특성에 맞는 행정을 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돈과 사람이 모두 수도권으로 몰려-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잘 풀어보자!

o 김두관(@dookwan) : 경남은 민선 5기째, 16년 만에 처음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첫 야권 도지사에게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컸다. 집행부와 의회의 긴장관계는 경남도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도민, 공무원들도 새로운 정치환경을 체험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국가균형발전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점수를 준다면.

o 박원순 : 점수를 지금 꼭? 묵비권 안되나?

o 최문순 : 평가불가! 균형발전 철학과 정책이 없으므로 점수도 없다.

o 김두관 : 누가 뭐래도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고, 지방격차는 확대됐다. 점수를 매긴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러다 지방 다 죽겠다.


“이명박 대통령, 세종시 한 번도 오지 않았다”

▶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이 현 정부에 의해 폐기 직전까지 갔다가 부활했다.

o 안희정(@steelroot) :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현장을 방문해달라.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세종시 추진은) 국민들께서 결정해준 것이다. 대통령이 굳건한 사업추진 의지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

▶ 이명박 정부 들어 '혁신도시' 추진이 지지부진해졌는데.....

o 김두관 : 많이 늦어졌다. 경남진주혁신도시는 LH 등 11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하고 3만8천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지난 12월에야 남동발전부터 착공을 시작했다.

▶ 만약 대통령이라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우선 무엇을 할 것인가.

o 박원순 : 재정배분이 가장 중요하다. 조정교부금 운용, 재정보전금 비율조정, 균형인지 예산 도입으로 재정형평성 강화, 서울시민의 균등한 삶의 질을 위한 구체적 지표와 사업을 마련하겠다. 균형인지 예산, 계획, 정책이 중요하다. 정책 하나하나에 균형적 시각과 철학이 들어가야 한다.

o 김두관 : 지방분권을 최우선으로 실천, 지방자치에 걸맞은 체제를 구축하겠다.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대한민국이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겠다.

o 안희정 : 세종시, 혁신도시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

o 최문순 :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보다 더 적극적인 ‘지역주권’ 개념을 새로 정립하는 게 필요한 때다. 그에 따른 정책 수립과 시행을 꼭 해보고 싶다. ‘지방’이란 단어를 가급적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중앙’에 대응하는 단어로 차별적이고 하대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이란 단어를 권장하고 있다.

▶ 소통의 비결은. 공무원들과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o 박원순 : 모든 소통은 습관이자 애정. 구호로는 안돼에에~ 현장 최우선 원칙으로 모든 채널을 열어두고 있다. 가능한 직접 듣는다. SNS 노하우? 140바이트를 넘지 않는 것.

o 최문순 : 중요한 소통 수단은 막걸리다. 술은 미디어다. 가장 중요한 소통은 직접 만나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다.

o 김두관 : 경남도는 지자체 처음으로 민주도정협의회를 출범시켜 도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직접민주주의 활성화 차원에서 500분의 도민을 모신 타운미팅형 원탁대토론회를 열어 청년문제에 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 안티글 대처 방법은.

o 안희정 : 그냥 읽는다. 반론과 토론을 하고 싶은 멘션도 있지만...

o 최문순 : 표현의 자유란 반대 또는 부족한 의견을 허용하는 것, 따라서 블록기능은 사용하지 않는다. 안티도 중요한 의견!


▶ 단체장으로서 겪은 재밌는 일화가 있다면.

o 최문순 : 술자리에서 흔하게 쓰는 ‘지방방송 꺼’ 등은 지역에서 아주 싫어하는 말들이다. 우리 의식 속에 있는 지방에 대한 편견도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o 박원순 : 전유성씨 특강 뒤 어느 직원이 회의를 재미있게 하는 법을 묻자 회의 끝나고 닭싸움을 하라고 했다. 바로 일어나 그 직원에게 다가가 닭싸움을 걸었는데, 제가 한판에 지고 말았다. 봐주지 않더라.


▶ 올해 총선, 대선을 어떻게 예상하는가.

o 박원순 : 내가 맞추면 이러고 있겠나? 점쟁이 하지요! 연초 ‘수가재주 역가복주’(水可載舟 亦可覆舟)라는 사자성어로 덕담을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는 말이다. 시민의 소망을 잘 받아 안는 쪽이 대승할 것이다.

o 김두관 : 부산-울산-경남 42석 중 15석 정도를 민주진보진영이 진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