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외교부 또 뒷북 대응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가 조작 파문이 확산되면서 외교통상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26일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김성환 장관에게 “외교부에 사고가 잦아 큰 일이다. 좀 잘하라”고 질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각종 쇄신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

외교부는 고위 공무원 22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청렴도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다. 내부 직원과 외부 민원인이 함께 참여하는 평가를 통해 분위기를 다잡겠다는 것이다.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가 CNK 관련 내부 정보를 친척들에게 흘린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에 대한 재발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장관 직속의 본부 대사인 에너지자원·기후변화대사를 차관 산하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장관의 업무 영역이 넓다 보니 차관보급인 이들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차관이 직접 챙기도록 한다는 취지다. CNK건도 김 대사가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전 윗선에서 제대로 검토했다면 허위 내용이 외부로 나가진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외교부의 이런 대책들은 모두 ‘뒷북’이다. 내부 청렴도 평가는 2010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가 각 부처에 시행하도록 권고한 것이다. 그렇지만 외교부는 다른 중앙부처에 비해 고위공무원의 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민간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무가 없다”는 이유로 도입을 기피해왔다. 2년 전부터 청렴도 평가를 했다면 CNK 사건은 막을 수도 있었다.

본부 대사들의 업무에 대해 그간 외교부 내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외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CNK 사건이 알려진 직후 “장관이 처리하는 업무가 얼마나 많은데 대사들의 보도자료를 하나하나 체크할 수 있나. 사고를 쳐도 사전 확인이 잘 안 된다. 사고는 예견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가 내부 개혁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명환 전 장관의 딸을 특별 채용한 ‘특채 파동’ 때도,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중국 첩보원에 내부정보를 흘린 ‘상하이 스캔들’ 때도 재발 방지를 공언했었다. 하지만 또 다시 1년도 못 돼 대형 스캔들에 휘말렸다. 그간의 ‘개혁’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말이 아닌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성이 필요하다.

남윤선 정치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