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70개 방송채널' 모바일서 공짜로 본다
CJ가 70개 채널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과 같은 모바일 기기에 무료로 개방, 모바일 방송플랫폼을 선점하는 데 나선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개발자들에게 방송 채널과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독자적인 모바일방송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J헬로비전의 방송 네트워크와 모바일 기기 유통망에 CJ E&M이 갖고 있는 풍부한 콘텐츠를 결합함으로써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바일 방송의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틱톡과도 연결

CJ헬로비전은 다음달 모바일 방송 콘텐츠 서비스 ‘티빙’을 개편하면서 제공하는 무료 콘텐츠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최병환 CJ헬로비전 티빙 사업추진실장(상무)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180여개 채널 가운데 70여개의 실시간 방송을 무료로 제공하고 주문형 비디오(VOD)의 무료 전환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실시간 방송 및 프로야구 등 스포츠 중계서비스도 무료로 제공된다.

이와 함께 외부 개발자들이 이들 무료 콘텐츠를 활용하는 앱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유저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도 공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외부 개발자용 지원 프로그램을 ‘티빙 에어’로 명명하고 별도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개발자들은 CJ E&M이 운영하고 있는 온게임넷의 e스포츠 ‘스타크래프트’ 중계 동영상에 선수 및 팀별 데이터와 결합해 별도 e스포츠 앱을 따로 만들 수 있다. 최 상무는 “티빙의 동영상 콘텐츠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카카오톡 틱톡 등 인터넷메신저 업체들과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앞으로 카카오 이용자들은 메신저를 통해 바로 방송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연말까지 가입자 두 배로”

CJ헬로비전이 대대적인 콘텐츠 개방에 나선 것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모바일 방송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이다. 티빙은 2010년 6월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 전체 가입자는 300만명, 유료 가입자는 17만명에 불과하다. 월 5000원 이상 내야 하는 이용료가 가입자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무료 채널과 콘텐츠를 앞세워 올해 말까지 무료 가입자 600만명, 유료 가입자 50만명으로 이용자를 2배 이상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료 콘텐츠로 이용자를 늘린 뒤 별도 광고수익을 확보하고 고화질 VOD 등 프리미엄 서비스의 판매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수익성을 확보하면 다른 케이블 채널(PP)들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해 티빙을 유력한 방송플랫폼으로 육성할 수 있다는 것이 CJ 측 판단이다.

업계는 케이블 채널(PP)과 영화산업에서 각각 1위 업체인 CJ E&M이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CJ E&M은 OCN tvN 엠넷 온스타일 등 16개 케이블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작년 3분기 현재 케이블시장의 시청점유율 22.4%를 기록했다.

CJ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슈퍼스타K3를 모바일로 독점 중계하면서 방문자수(UV)를 월 500만명까지 늘렸다”며 “앞으로도 CJ E&M의 콘텐츠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BC SBS 등 지상파 업체들도 올해 합작사를 세우는 등 모바일 방송사업을 본격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SBS 관계자는 “3월 MBC와 모바일 방송 플랫폼 사업 분야에서 합작 회사를 세운 뒤 공동 방송 플랫폼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합작사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프로그램은 상호 협의를 거쳐 제공할 계획이다.

KT도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해 이미 셋톱박스를 통해 모바일 기기로 실시간 방송을 내보내는 서비스인 ‘슬링플레이어’ 개발을 완료하는 등 물밑에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