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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분 1초가 지옥인데…" 상담 예약 후 2주 기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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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인사이드 - 경찰팀 리포트

    전화상담 틀에 박힌 위로뿐
    "힘내고…선생님께 말하세요"…'극단 생각' 하는 학생엔 도움 안돼

    상담원 한 명이 1000명 담당
    석사 초봉 160만원선 '구인난…'영역별 특화상담 꿈도 못꿔

    < 1388 : 24시간 청소년 상담전화 >
    1분 1초가 지옥인데…" 상담 예약 후 2주 기다려라"
    경기도 A고 2학년생인 김모군(18)은 요즘 수면제를 사 모으고 있다. 지난해 9월, 해남에서 전학온 뒤 친구들로부터 ‘촌놈’이라고 놀림당하다 구타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도움의 손길을 뻗을 곳도, 뾰족한 해결책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 부모님은 맞벌이라 얼굴 볼 시간이 거의 없다. 선생님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청소년 전화 상담을 활용해 고민을 털어놔 봤지만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털어놓고 도움을 청하라”는 판에 박힌 답변만 돌아왔다. “만나서 얼굴을 보고 고민을 말하고 싶다”는 요청엔 “우선 전화예약하고 2주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건조한’ 대답뿐이었다.

    피해 학생이 자살하거나 가해학생이 구속되고, 피해학생의 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왕따문제가 사회현안이 됐다.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나 학생 대다수가 학교생활에서 가장 바라는 게 ‘왕따 당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집단따돌림과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피해학생들의 극단적 행동을 막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운영되는 청소년상담센터는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상담센터 기능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태다.

    상담원 한 명이 하루 수십통의 전화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고민 있는 청소년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받아내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전화상담 ‘판에 박힌 위로’

    청소년 상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알아보려고 취재팀은 ‘전학 이후 왕따(집단따돌림)로 괴로워하는 고교생’이란 상황을 설정한 뒤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 상담전문 전화인 ‘헬프콜청소년전화 1388번’에 전화를 걸었다. 전직 교사 출신이라고 소개한 여성 상담원은 전화상담에 친절하게 응했다.

    “학생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가족과 담임선생님에게 알리세요” “자살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상담을 받으면 힘이 될 겁니다.” 그는 줄곧 경청하면서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혼자 끌어안지 말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라” 외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들려주질 못했다. 실제로 막바지에 몰린 ‘위기의 청소년’이 전화했다면 실효성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했을지 의문이었다.

    “상담센터에서 학교에 연락해 ‘조치를 취해달라’고 해주면 안 되나요”라고 요청했지만 “그런 절차가 없어서…그건 좀 곤란하고요…(중략)…그러지 말고 번호 하나 적어봐요. 1588-7179, 학교폭력긴급전화인데요 이 번호로 전화하면 교육청에서 학교로 지시가 내려갈 겁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운영하는 ‘학교폭력SOS지원단(1588-9128)’에도 전화를 걸어봤다.

    “6개월 전 부산에서 전학왔는데요. 축구시합을 하다 학교 일진 중 한 명과 시비가 붙었어요. 그때부터 매일 얻어맞고 있습니다.” 고민을 털어놓자 상담원은 “선생님에게 얘기했나요? ‘괴롭힘 당했다’고만 말하지 말고 누구에게 언제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알리세요”라고 응답했다.

    이 상담원도 “진단서 등 증거를 갖춘 뒤 경찰에 형사처벌을 요청하거나 교사·부모에게 알리라”고 조언해줬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통화 말미에 “상담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는 뜻이냐”고 묻자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관계자는 “전화상담은 1회성이다. 40분, 1시간, 2시간 통화를 해도 상담원이 직접 개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대한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줘 만족시켜야 하지만 당장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전화한 청소년 입장에서 상담원이 내놓는 대응방안이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도 “전화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정서적인 공감, 원론적인 해결 방안밖에 못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상담원과 꾸준히 상담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전화상담의 한계가 분명하지만 대면상담(개인상담)도 여의치 않다. 길게는 2~3주나 기다려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되면서 수요가 급증했지만 상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자살까지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몇 주’는 너무 긴 시간이다. 대면상담원 증원이 시급한 이유다.

    ◆대면상담 대기 2주…왕따학생에겐 ‘지옥의 시간’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청소년상담원 인원수는 지난해 108개 준정부기관 중 꼴찌였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산하 전국 상담센터는 170여곳. 센터별로 평균 5명의 상담원을 뒀다고 가정하면 900~1000명이 전화상담과 대면상담을 하는 셈이다. 청소년상담원이 자체 분석한 위기의 청소년은 87만여명. 상담원 1명이 900~1000명 이상을 상대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 서울본원의 경우 정직원 55명 가운데 행정직을 제외한 상담원은 37명에 불과하다. 2006년 42명이었던 상담원은 2008년 41명으로 줄었고 2009년부터 37명으로 또다시 감원됐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계약직 사이버상담원 30여명이 있긴 하지만 재택근무자들이라 대면상담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상담원들은 전화, 대면상담 등 본업에만 주력하기도 벅차다. 청소년자립지원사업, 인터넷중독예방해소사업 등 부업 비중도 크다.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청소년은 신뢰가 쌓여야 속내를 털어놓기 때문에 대면상담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상담원들이 상담뿐 아니라 각종 청소년 관련 사업에도 투입돼 업무가 많은 편”이라고 토로했다.

    상담원들의 열악한 처우도 인력 증원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석사 학위 소지자의 초봉이 160만~170만원 선(세전)이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가 공식 근무시간이지만 초과근무를 하기 일쑤다. 한 달에 10일 정도 야근을 해도 수당은 20여만원 안팎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은 2006~2010년 4년 연속 108개 준정부기관 중 연봉순위 107위를 차지했다.

    권해수 조선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상담원들도 병원처럼 ‘과’를 나눠 영역별로 특화해서 양성해야 한다”며 “학교폭력 전문, 성폭력 전문, 진로상담 전문 식으로 구조적으로 구분해 교육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력 보강이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선주/이지훈/이현진 기자 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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