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빵집과 공생 시스템 필요" 전문가 제언
‘재계 2~3세 빵집’은 왜 이런 수난을 겪게 된 걸까. 전문가들은 이들이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창조와 혁신을 보여주기보다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손쉽게 확장하려는 듯한 인상을 남긴 것이 원인이었다고 지적한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통산업에는 문화나 정서가 녹아 있어 모든 것을 시장논리로만 풀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한국의 유통업이 미국식으로 진화하고 있지만 상도의 같은 동양의 사회적 논리가 강한 만큼 대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간과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 외식업체는 호텔이나 백화점 같은 고급 매장 위주로 입점했기 때문에 당장 골목상권을 파괴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그러나 대형 프랜차이즈의 공세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자영업자들 입장에선 재계 2~3세의 외식업 진출을 상당히 ‘상징적인 위협’으로 느꼈을 것이란 설명이다.

변명식 장안대 유통물류학부 교수는 “전국에 1만6000개였던 빵집이 4000개로 줄어들어 소상공인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골목 점포의 자영업자들은 더욱 큰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외식업을 모태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재계 2~3세 빵집과는 다른 기준에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과정에서 ‘풀무원 두부’가 논란이 됐던 것과 같은 논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SPC그룹이 베이커리 산업의 현대화에 기여한 점은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다만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해외 진출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식산업이 대형 가맹점과 독립 창업자들이 공생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에서는 대형 프랜차이즈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은 반면 ‘어딜 가나 똑같은’ 가맹점에 거부감을 느끼고 지역사회 특유의 점포를 찾는 소비자들도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며 “역량 있는 자영업자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성공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는 규격화된 프랜차이즈를 통해 사업하는 이원화 구조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현우/조미현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