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 1병영] 대한민국 '스마트軍'의 꿈…정치권 무관심에 첫 발도 못쐈다
안보 환경이 변곡점을 맞았다. 2015년 미국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게 되는 게 가장 큰 변화 요인이다. 향후 10년간 미국이 4870억달러의 국방 예산을 줄일 방침인 만큼 주한미군의 운영 예산 감축도 불가피하다. 당장 우리의 방위비 부담 증가로 직결될 문제다. 북한의 핵 미사일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위협은 지속될 전망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도 기존 병력에 중심을 두었던 군 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정부가 스마트·정예화를 기치로 국방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스마트군 첫발은 국방개혁

[1社 1병영] 대한민국 '스마트軍'의 꿈…정치권 무관심에 첫 발도 못쐈다
한국을 둘러싼 강국들은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젠-20’의 시험비행에 나섰고 항공모함도 선보였다. 방위비 증가율은 수년째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일본도 항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며 스텔스기 도입 및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돼 한반도 안정을 위해 한국이 보다 많은 비용을 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군 개혁을 더 늦출 수 없는 이유다.

전작권이 넘어오면 우리 군이 작전권을 주도적으로 행사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새 연합방위체제가 구축된다. 이 같은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군이 준비하는 스마트·정예화 방안은 병력 중심의 군 구조를 군사기술 집약형으로 전환하고, 병력을 감축하되 간부 중심으로 운영하며, 육·해·공군 합동성 강화를 위해 군 지휘 구조를 개편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병력 구조의 개혁은 사병의 복무기간 단축으로 숙련병 확보가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상비 병력 규모는 무기 장비의 전력화 정도와 연계해 조정된다. 병력 규모는 현재 65만명에서 2020년 말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작권 전환 이후 감시 정찰, 조기 경보와 정밀 타격 능력을 향상시키고 한·미연합지휘통제체계(C4I)를 구축하는 게 중장기 과제다. 북한의 비대칭 위협은 다목적 실용위성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중·고 고도 무인정찰기(UAV) 등 전력 강화로 대응한다. 지난해 군은 최초로 공중조기경보통제기(Peace-Eye)를 도입했으며 전방부대에 무인정찰기 470대를 배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올해 8조원 규모의 차기전투기(FX)사업을 비롯한 대형 무기 도입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홀대받는 국방 예산

문제는 군 구조 개편 등을 담은 국방개혁법안이 국회 국방위 통과는커녕 법안심사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단독 처리를 이유로 야당이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국방개혁법안 처리도 미뤄졌다. 내달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의원들의 시선이 온통 4월 총선 공천에 쏠리면서 국방개혁안은 관심권 밖에 있다. 이번 18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가 안 되면 자동 폐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전작권 전환에 대비해 지휘구조를 정비하고 새 한·미 연합방위 작전계획을 검증하는 데 최소 3년이 걸린다”며 “올해 지휘체계를 정비하고 내년부터 실전 적용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빠듯한데 개혁법안이 끝내 폐기되면 어떻게 손쓸 방법조차 없다”고 우려했다.

‘스마트 군’ 육성을 위한 예산 삭감도 걸림돌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은 늘리면서 국방비는 해마다 삭감 항목에 오른다. 지난해 말 국회는 금년도 제주해군기지 예산의 96%인 1278억원을 잘랐다. C4I 보강 사업 예산 26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올해 우리 국방 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 5.3%에도 못 미치는 5% 늘어난 데 그쳤다. 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국방개혁 기본계획으로 수정하며 621조원의 소요 예산을 599조원으로 줄였다. 줄어든 22조원은 방위력 개선비인 만큼 각종 첨단 무기 도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노훈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한정된 국방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함께 방위산업을 비롯한 군사력 부문이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는지 강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