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언급 안한 건 정책연설 아닌 대선캠페인 개막연설이라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 주요 외교정책 현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기존 외교정책 노선에 변함이 없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전문가가 분석했다.

제임스 린제이 미 외교협회(CFR) 선임 부소장은 CFR 홈페이지에 올린 '오바마 국정연설의 외교정책 평가'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을 적시해서 '핵무기 불용' 의지를 천명한 것말고는 중국, 러시아, 북한, 아프간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린제이 부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문제 외에) 미국 안보의 다른 위협요인들에 대해서는 얼버무렸다"며 "중국의 점증하는 군사력, 러시아의 적대적 움직임에 대해 아무말을 하지 않았고, 북한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으며 아프간에 남아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이번 국정연설은 애초에 정책연설로 방향이 잡혀있지 않았다"며 "오히려 이번 연설은 2012년 대통령선거 캠페인의 포문을 여는 연설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책연설로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설문 자체가 외교정책의 경우 주요 현안들을 열거하면서 미국의 입장을 밝히거나 재확인하는 방식을 취하지 않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린제이 부소장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드러난 외교정책의 테마는 한마디로 '사과하지 않는다'(No Apology)는 것"이라며 "공화당 경선후보들이 수개월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공격을 퍼부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외교정책을 자신의 강점중 하나로 부각시켰고 성과를 최대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연설의 시작과 끝을 외교정책의 성과로 채웠다"며 이라크전 종전, 아프간 미군 철군 개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리비아 카다피 체제 종식, 주요 국과의 동맹 강화 등을 거론하며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고 역설했음을 상기시켰다.

린제이 부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의 경쟁자들을 향해 자신의 외교정책 노선에서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