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 대표 "기업 구조조정 등 '고부가 딜'에 집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은행(IB)본부는 지난해 국내 증권사 IB하우스 중에서 ‘독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경제신문과 연합인포맥스가 공동 조사한 지난해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서 유상증자와 기업공개(IPO) 주관, 채권인수, 파생결합증권(DLS) 발행 등 주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인수·합병(M&A) 자문 분야에서도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2위에 랭크됐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본부 대표(전무·사진)가 “지난해 시장에 나온 대어급 딜은 대부분 휩쓸었다”며 “작년 IB 부문에서 최근 7년간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자평할 정도다.

정 대표는 올해는 가속도를 더해 국내 다른 IB하우스들과의 격차를 벌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마라톤으로 따지면 뒤에서 뛰다가 반환점을 돌고 나서 선두그룹에 진입해야 할 시점”이라며 “올해부터는 2등 그룹(국내 증권사)에서 치고 나가 선두그룹(외국계 증권사)에서 뒤처지는 선수들을 따라잡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영업전략을 양보다 질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동안 딜을 많이 따내는 데 치중했다면 올해는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딜을 발굴할 계획이다. 단순 인수보다는 M&A와 지배구조 개편 등 수익성 높은 자문 분야를 집중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이 맡았던 딜 중 고수익을 안겨준 대표적 사례로는 2007년부터 맡아온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자문과 지난해 진로·하이트 합병 자문, 현대건설 M&A 매각 자문 등이 꼽힌다. 코오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주)코오롱과 코오롱유화를 합병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를 분할하는 등 수년간에 걸쳐 이뤄졌다.

정 대표는 “단순히 규모가 큰 딜을 따내 리그테이블 상위 자리를 지키기보다 업체들이 가진 근본적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안하고 수행해 나가면서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M&A도 글로벌 IB의 텃밭인 대형 M&A 자문시장을 공략, 고수익을 얻은 성공사례로 꼽힌다. 딜 한 건으로 웬만한 IB하우스의 전체 수익보다 많은 120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는 구조조정 딜도 적극 발굴하기로 했다. 그는 “기업 간 비핵심 계열사를 처분하고 핵심 계열사를 강화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M&A 자문, 사모펀드(PEF)를 통한 자금조달 등 IB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IB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섣부른 글로벌화보다 한국에서 비교우위를 확고하게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급하게 해외 진출을 추진하기보다는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글로벌 IB들의 구조조정은 한국 IB하우스들에 좋은 인재를 얻을 수 있는 호기”라며 “올해 증자를 통해 확보된 자금 중 IB부문에 투입된 예산을 인력 확보와 시스템 강화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인터뷰 전문은 마켓인사이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