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업체인 입소스가 지난달 아시아 유럽 등 24개국 사람들에게 경제 전망을 물어본 결과는 적잖이 놀랄 정도다. 우리 국민 5명 중 4명이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본 사람은 21%에 그쳤는데 이는 24개국 중 16위에 해당하는 낮은 수치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국가들을 제외하면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다. 특히 한달 전과 비교할 때 긍정적 전망이 5%포인트나 감소해 중국 7%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경제는 사람들의 심리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물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21개월 만에 최저치인 3.4%로 떨어졌고 4분기에는 이보다도 훨씬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설비투자는 줄고 내수도 위축되는 등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유럽 위기로 수출도 줄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250억달러)보다 100억달러나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가. 힘들고 고단했지만 언제나 위기를 극복해왔고 또 지나고 보면 놀라운 성취를 이룬 것이 우리 경제다. 금 모으기를 해가며 외환위기를 극복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다. 특히 과거 경험치로는 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 대표 제조업은 위기 때 오히려 더욱 선전했다. 올해 세계경제가 어렵다지만 중국 인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만큼 높은 성장률(정부 예상치 3.7%)이 예상되는 나라도 드물다.

그런데도 24개국 평균(38%)보다 훨씬 낮은 21%의 국민만이 경제를 낙관한다는 결과는 매우 실망스럽다. 성공적인 과거는 쉽게 잊혀지는 반면 당장의 고통은 크기 때문일 수도 있고 비관론을 과장해 떠드는 정치권과 언론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독일 제조업 생산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신호도 많다. 낙관적으로 보자. 그래야 결과도 좋다. 삶의 전도에는 비도 오고 바람도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