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영 "2차전지 합작 본사 獨에 둘 것"…SK, 국내 10억弗 투자
“콘티넨탈과 함께 설립하는 합작법인의 본사는 독일 베를린에 둘 겁니다. 그쪽 시장이 크니까요. 최고경영자(CEO)는 지분이 51(SK이노베이션) 대 49(콘티넨탈)이니 SK이노베이션에서 맡을 겁니다. 투자규모나 인력은 양사가 협의하고 있습니다. 두 달 내로 결론이 나겠죠.”

구자영 SK이노베이션 사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독일 콘티넨탈과 합작법인을 출범하게 되면 “2차전지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배터리 글로벌 사업영역 확장에 자신감을 보였다.

구 사장은 지난 10일 미국 디트로이트 ‘북미 오토쇼’ 현장에서 엘마 데겐하르트 콘티넨탈 회장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본합의서(HOA)를 체결했다. 콘티넨탈은 14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로 기술뿐 아니라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와의 견고한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꼽힌다. 합작사는 SK이노베이션에서 공급하는 완제품 전 단계인 셀과 콘티넨탈의 배터리 제어시스템(BMS) 기술을 결합해 자동차용 2차전지 완제품을 만든다.

구 사장은 “2차전지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셀을 만들고 모듈, 팩을 구성하게 되는데 셀까지는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고 팩과 자동차가 연계되는 BMS는 콘티넨탈이 굉장히 강하다”며 “콘티넨탈도 합작을 위해 많은 회사를 물색했고 셀을 만드는 기술은 SK가 최강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손을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업을 시작한 시점을 떠나 어느 정도 세계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2차전지 사업 출발이 늦었어도 기술력에선 경쟁사들에 밀리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공장 설립과 관련해서는 “우선 기존 한국 공장을 합작법인에 포함시킬 것”이라며 “우리 투자가 그만큼 적게 드는 것으로, 새로운 공장을 신설하게 되면 그것은 합작법인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쟁사들의 합작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셀은 다른 회사들처럼 합작법인에 포함돼 있는 게 아니라 독자적으로 전 세계에 팔리는 것”이라며 “셀과 관련한 기술은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강점이고 세계 1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차전지 분리막 특허 침해와 관련한 LG화학과의 소송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2차전지 사업 전망은 “6개월 후에 보면 판도가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구 사장은 “전기자동차 업계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누가 빨리 충족시켜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서 가격을 지금의 3분의 1 정도로 얼마나 빠른 시간에 낮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2차전지 시장에서도 공급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100년 전 미국 자동차 회사는 3500개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3개로 압축됐다”며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고 했다. 구 사장은 “배터리 업계도 그런 진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2015년을 전후해 상당히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움직임으로 인한 원유 수입 변수에 대해서는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에 맞는 시나리오를 세워두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