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ㆍ항우연 반발에 출연연구소 통합 '시끌'
정부 안에 따라 단일 법인(국가연구개발원)으로 통합 예정인 18개 과학기술 정부 출연연구소 가운데 일부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로 소속 부처를 이관하는 방침에는 찬성하면서도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또 시위는 물론 올해 총선과 연계해 법안 통과를 국회에서 저지하겠다는 방침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출연연구소의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과학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출연연구소 선진화 방안을 담은 관련법을 확정, 국회로 넘겼으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표준연구원 등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KIST는 ‘연구발전협의회’ 명의로 “지식경제부 산하로 남게 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을 포함한 모든 출연연구소가 국과위로 이관돼야 한다”며 “통합을 분명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조직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게 반대 논리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도 통합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융합 연구의 소지가 적고 지금의 기관 브랜드 가치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세 기관은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출연연구소 가운데 예산이 많은 ‘빅 3’다.

과학기술계 양대 노조 격인 전국공공연구노조와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는 이들 기관 등 통합 대상 기관을 돌며 반대 여론을 키우고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 국과위 근처에서 ‘출연연 통폐합 결사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반면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출연연구소들은 법인 통합에 따른 장점을 기대, 통합에 찬성하고 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출연연구소들이 법인 통합에 반대하는 속내는 인력과 조직 구조조정의 우려 때문”이라며 “자신들에게 유리한 국과위 소속 방침은 찬성하고 불리하다고 생각한 법인 통합에는 반대하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을 추진하지 않으면 출연연구소의 안이한 연구환경 개선이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칸막이가 높아 출연연구소에 횡행하고 있는 중복 연구를 방지하고 융합 연구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 통합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막상 법제화가 추진되자 연구소마다 계산기를 두드려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전형적인 집단이기주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은 “법인 통합 안은 개별 연구소 주장에 따라 흔들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국과위는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준비단(단장 김차동 국과위 1상임위원)을 25일 확대 개편하고 입법 지원 등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다. 국과위 관계자는 “1년간 현 출연연 체제를 유지하고 국가개발원이 출범하면 운영권에 대한 자율성을 연구자들에게 최대한 주겠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