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이란 원유 수입 중단…EU, 귀금속 거래도 금지
유럽연합(EU)이 오는 7월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또 달러 대신 금 등으로 거래할 것에 대비, 이란과 귀금속 거래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란은 강력히 반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유가 급등 등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반면 실제 봉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EU 외무장관 회담에서 이란산 석유 금수조치가 공식 합의됐다고 24일 보도했다. EU 회원국들은 4월부터 이란산 석유화학제품 수입 금지를 시작으로 7월에는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할 예정이다. EU는 제재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란과의 귀금속 거래도 금지했다. 이란은 최근 몇 년간 서방 제재에 대비하고 대금 지급 결제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달러나 유로 대신 금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이란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1996년 168.4t에서 작년 초 약 300t까지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의 금 보유량은 중국 러시아 인도 다음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도 이날 이란의 세 번째 대형 은행인 테자라트에 대해 제재조치를 결정하며 EU 합의안에 힘을 실어줬다.

이란은 즉각 반발했다. 모하마드 코사리 이란 국회 외교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는 서방 제재에 맞서 호르무즈를 봉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EU에 석유 수출을 끊자는 주장도 나왔다. 알리 팔라히안 전 이란 정보장관은 “정부가 7월 이전에 EU에 대한 원유 수출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란 정부는 인도에 석유값 일부를 엔화로 결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관심은 호르무즈 봉쇄가 실현되느냐에 쏠리고 있다. 호르무즈를 지나는 원유는 하루 1500만배럴로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호르무즈가 봉쇄될 경우 원유값이 즉시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호르무즈 봉쇄 없이 이란산 석유가 수출되지 못할 경우에도 원유값은 배럴당 125~15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값은 배럴당 99.98달러로 전날 대비 약 1.5% 올랐다.

반면 호르무즈 봉쇄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최근 보고서에서 봉쇄 가능성을 5% 내외로 예상했다. 영국 채텀하우스는 “이란이 봉쇄를 감행해도 미 해군과 동맹국들이 2주 내 해협을 재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계속해서 강온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란은 이날 국제원자력기구(IAEA) 방문단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항공모함의 호르무즈 통과를 묵인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