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조선ㆍ車ㆍIT주 '쇼핑 중'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 확산 등 대외변수로 반년 가까이 등을 돌렸던 외국인이 돌아왔다. 새해 들어 정보기술(IT) 중공업 화학 등 대표기업들에 왕성한 식욕을 보이면서 한국증시에 대한 이들의 태도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46억원어치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2009년 9월 둘째주(14~18일)의 3조6877억원에 이어 주간 단위로는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과 유럽 재정위기가 소강국면으로 들어서면서 향후 외국인이 추세적으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돌아온 외국인이 사는 종목은

외국인은 지난 20일까지 9일 연속 순매수 행진으로 자신들의 ‘복귀’를 신고하고 있다. 이들이 9일 연속 순매수하기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란 악재가 불거지기전인 지난해 7월 초(6월29일~7월11일)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최근 이들이 사고파는 포트폴리오 전략에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8조여원을 순매도했던 지난해에는 하이닉스를 1조4000억여원어치 사들인 것을 제외하면 IT 화학 중공업 건설 분야 우량주들을 집중적으로 털어냈다. 대신, KB금융 삼성생명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금융주들을 사들였다. 하지만 올 들어 순매수로 방향을 튼 외국인은 예전 주도주인 ‘차(자동차)·화(화학)·정(정유)’을 비롯해 조선 IT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고 있다.

올해 외국인의 순매수 1위 종목은 지난 20일까지 6214억원어치를 사들인 현대중공업이다. 이 밖에 하이닉스 현대모비스 현대차 LG화학 포스코 삼성중공업 기아차 LG디스플레이 KB금융 등이 순매수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IT 대장주인 삼성전자에도 ‘입질’을 시작했다. 외국인은 지난주 삼성전자를 598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의 최대 이탈세력인 유럽계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유럽중앙은행의 장기대출 프로그램이 실질적으로 양적완화(QE) 효과를 내면서 유동성이 확충되고 있다”며 “향후 유럽계 등 외국계 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익모멘텀 개선 종목을 선취매하라”

예전 국내 증시를 쥐락펴락했던 외국인의 수급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이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메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도주를 선취매함으로써 증시를 견인하고 있어서다.

연초 삼성전자 등 IT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도 바로 국내 기관이다. 최근 외국인마저 기관 순매수 종목을 신규 편입하면서 수급 양대주체 간 ‘순매수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사들이고 있는 종목은 현대중공업 LG화학 에쓰오일 현대차 LG디스플레이 SK이노베이션 현대제철 삼성증권 등이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업종 대표주들을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보험 자동차부품 건설 증권 등 이익모멘텀 개선업종 중에서 최근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는 보험 자동차 및 부품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25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27일 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일정 등은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