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둘로 갈라지고 있다. 지금 한국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두 가지 서로 다른 진실을 마음에 품고,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한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유죄판결과 업무 복귀,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의 무죄와 정봉주 전 의원의 유죄 확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분화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 사례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판결은 공정하고 당연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엔 양심이 다 죽었고 재판부는 이성을 저버렸다고 비난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마찬가지다. 한 쪽에선 체결되면 나라가 거덜날 것같이 떠들지만 다른 쪽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 믿는다. 정작 농업 부문 피해규모가 한·미 FTA의 2~5배에 달한다는 한·중 FTA에 대해서는 조용한 것도 참 이상하다. 미군의 교통사고에는 ‘고의적 살인’이라며 들고 일어나던 사람들이 중국 어부의 해경 살해에는 침묵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SNS 등이 오히려 시야 좁혀

소위 ‘내편’은 어떤 짓을 해도 용서할 수 있지만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은 모조리 조작이고 음모일 뿐이며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게 지금 우리 사회다. 이렇게 갈라진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설득이나 증거제시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 우리사회가 이렇게 됐을까.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 파하드 만주의 ‘이기적 진실(True Enough)’이라는 책은 의문에 대한 답을 명쾌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더 이상 사실을 믿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정보의 흐름을 자유롭게 해 준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정보기술은 역설적으로 세상에 대한 시야를 좁히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에만 선택적으로 노출되고 다시 이를 자신만의 방식을 동원해 선택적으로 인지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특정한 사실에 대한 견해차가 아니라 사람들마다 다른 것을 사실, 내지는 진실로 믿는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편가르기 심각 수준

배우 개그맨 등이 일부 대중으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토크쇼 형식의 팟캐스트가 진실의 파수꾼처럼 여겨진다든가 사이비 전문가들의 말이 바이블처럼 확대 재생산되는 우리의 현실은 바로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심리학자 리 로스에 의하면 우리 모두는 스스로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보만 공정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편가름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일반 대중이야 말그대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겠다면 그만이다. 그러나 일국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을 직접 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하고 현직 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비하하는 욕이 섞인 패러디물을 버젓이 올린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가장 엄정하고 객관적인 법 집행이어야 하는 사법의 영역에까지 둘로 쪼개진 사실이 존재한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양대선거가 치러지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상반된 진실들이 난무할 것이다. 물론 그 누구도 완전히 객관적으로 세상을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혹시 자신이 애써 한쪽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한번 쯤은 스스로 반문해 볼 일이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