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패딩 논란' 자초한 청와대
설 연휴 동안 인터넷에선 ‘대통령 손녀 명품 패딩’이 논란을 빚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윤옥 여사와 지난 21일 설을 앞두고 딸 내외 손녀·손자들과 함께 청와대 인근의 통인동 재래시장을 찾았다. 그런데 한 손녀가 입은 패딩이 수백만원짜리 명품이란 논란이 인 것.

일부 네티즌들은 언론에 공개된 사진 속의 대통령 손녀가 입은 패딩이 프랑스제 명품 브랜드 ‘몽클레어’라며 가격이 200만~300만원대라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뼛속까지 서민이라던 대통령인데, 서민들은 손녀가 아무리 예뻐도 수백만원짜리 옷을 사주기는 힘들다”고 공격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노스페이스 계급’ 문제를 빗대 “노스페이스 패딩의 대장급이 85만원인데 300만원 패딩을 입었으니 진정한 ‘대장님’”이라고 비꼬았다.

물론 네티즌들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적지 않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대통령 손녀가 입은 패딩이 몽클레어 제품인 것은 맞다고 한다. 그러나 이 브랜드의 성인용 패딩은 100만~300만원이지만, 아동용은 60만~80만원 선이다. 일반 가정의 중·고교생 사이에 30만~60만원대 노스페이스 패딩이 유행인 점을 감안하면 상식적으로 용납못할 사치품은 아니다. 게다가 그 손녀는 이 대통령의 둘째딸 자녀로 아버지와 친할아버지가 모두 의사다.

대통령 손녀니까 명품 옷을 입어선 안 된다는 건 억지논리다. 그건 대통령 직무와 무관한,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다. 일부 네티즌은 “작가 공지영이 샤넬백을 메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에르메스 넥타이를 하는 건 상관없다면서 대통령의 손녀가 65만원짜리 패딩 입은 것을 뭐라 하는 건 이중잣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손녀의 명품 패딩 논란은 개운치 않다. 기왕에 서민 민심을 달래려고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것이었다면 동행자들의 옷차림까지도 세심하게 고려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동행자가 대통령 가족이라면 더욱 그렇다. 청와대는 ‘대통령 이미지(PI·presidential identity)’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대통령 일정조정회의’를 직접 주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대통령의 시장 방문이 오히려 설 민심을 들쑤셔 놓은 꼴이 돼 안타깝다.

차병석 정치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