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에 나설 최종 후보군이 20일 확정됐다. 그러나 협회 및 일부 회원사 노조가 격렬히 반대하는 후보들이 대거 선정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절반 이상이 선거에 나서지도 못해 투표권 제한 논란 역시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외부인사 등으로 꾸려진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이날 차기 협회장 선거전 최종 후보로 김성태 전(前) 대우증권 사장, 박종수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 등 3명을 확정해 발표했다.

반면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정의동 전 골든브릿지투자증권 회장, 전상일 동양증권 부회장 등은 선거 후보에서 제외됐다. 오는 26일 치러질 협회장 선거전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전 사장은 '민(民)' 출신으로, 20여년 간 씨티은행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했다. 또 LIG투자증권 사장, 흥국생명보험 사장, 대우증권 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우증권의 경우 2007년 5월 공모 방식을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또 다른 후보자 박 전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종금 은행 선물 증권업계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고, 대우증권 사장에 이어 2005년 우리투자증권 통합증권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황건호 협회장보다 대우증권 3년 선배이기도하다.

최 사장은 행정고시 1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옛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꼽힌다. 올해로 증권업계 경력은 만 4년째다.

그러나 후추위가 당초 6명의 예비후보를 최종 3명으로 압축하면서 가장 먼저 협회 노조 및 대형 증권사인 현대증권과 우리투자증권 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노조는 줄곧 "최 사장은 업계 경력이 전무하면서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의혹 관련 소송의 당사자가 된 인사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며 "특히 회사내부 자금 사용에 대한 의혹, 4년 만에 업계 3~5위권을 유지하던 시장점유율의 11위권 추락 등도 금융투자업계를 대변할 수 없는 이유"라고 비난해왔다.

박 전 사장의 경우 노사관계를 파행적으로 이끌면서 내부조직을 장기투쟁사업장으로 만든 데다가 과거 연임 관련 전직원 설문조사 시 '반대' 비율이 85%에 달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했던 인사라는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회원사 161곳이 주인인 협회가 '투표권을 제한했다'는 논란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많다.

투표권을 가진 곳은 회원사인데 외부인사로 구성된 후추위원들이 선거에 나설 후보를 정했고, 절반의 후보자들이 선거에도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선거 시스템은 과거 총회에서 회원사들이 정해 놓은 정관이며, 자칫 '1사1표'가 아닌 '집단투표'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렇게 후추위의 심사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는 유권자에게 의견도 묻지 못하고, 선거출마 자체가 원천봉쇄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편, 투표권은 회원사 161곳에 1표씩 배당하는 것이 원칙이고, 이는 전체 투표 비중에서 70%를 차지한다. 나머지 30%에 해당되는 투표권은 협회비 분담 비율에 따라 배분된다. 협회비를 많이 내는 곳은 1표 당 약 2.0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일부는 최저 0.4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협회비 분담비율은 거래대금(거래지표) 70%, 조정영업수익 약 22.5%, 자기자본 7.5% 등이 적용돼 산출된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