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320 날개구조물, 한국이 만든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세계 최대 민간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에 A320 항공기에 들어가는 날개하부구조물(WBP)을 독점 공급하게 됐다. 약 15년간 해마다 1000억원 상당의 물량을 수출하는 것으로 국내 항공기 부품 수주 사상 최대 규모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KAI는 에어버스가 실시한 A320 항공기 날개하부구조물 제작업체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KAI는 1분기 안에 본계약을 맺으면 최소 2025년까지 해마다 1000억원 규모 장기 물량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AI 관계자는 “A320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판매 물량 전체에 대한 독점납품 계약이기 때문에 2030년 혹은 그 이후까지 납품이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A320은 150석급 중형 여객기로 연간 약 500대 규모로 생산된다. 지금까지 8000대가량이 팔렸으며, 전 세계 200개 이상 항공사에서 운항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기종으로 평가받는다.

날개구조물은 항공기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제품이기 때문에 주로 항공기제작사에서 직접 생산한다.

특히 하부 구조물은 상부 구조물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개발·품질·사업관리 능력과 가격경쟁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영국, 인도의 유수 업체를 제치고 최종 선정됐다”고 강조했다.

에어버스 A320 날개구조물, 한국이 만든다
KAI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이번 사업에 협력업체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리스크와 초기 대규모 투자를 고려해 초도 개발은 KAI가 담당하고 본격 생산은 국내 협력업체가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400여명의 협력업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김홍경 KAI 사장(사진)은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완제기 수출과 민항기 부품 수출을 강화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발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은 규모나 기술 측면에서 KAI는 물론 국내 항공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AI는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 확보를 위해 민수 수출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현재 40%대의 수출 비중을 2020년까지 55%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