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사진)이 20일 시의회에 서울학생인권조례 재의요구를 철회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학부모 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곽 교육감 복귀 첫날부터 서울 교육현장이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두발·복장 전면 자율화, 학내 정치활동과 집회 자유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시의회를 찾아 허광태 의장 등과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이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으니 재의요구를 직접 철회하지 말고 의회에 다시 맡겨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교육청에 복귀해 철회 요청서를 시의회로 보냈다.

최병갑 시교육청 책임교육과장은 “시의회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심의한 조례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것은 자치의 정신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며 “다음주 중에 서울시와 협의해 정식으로 공포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즉시 반발하고 나섰다. 교과부는 이주호 장관 명의로 시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의요구한 것을 법률적 근거 없이 철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재의요구를 요청했다. 교과부는 학생인권조례가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고 법령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지방교육자치법은 교과부 장관이 교육감에게 재의요구 요청을 하면 교육감은 반드시 그 요청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교육청의 재의요구 철회를 시의회가 받아들일 것인지도 쟁점이다. 서울시의회 회의규칙에 따르면 교육감이 제출한 의안을 철회하려면 시의회 동의가 있어야 한다. 김 운영위원장을 포함, 시의회에서 과반수(105석 중 78석)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 중 상당수가 곽 교육감의 철회 요청에 반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재의요구가 유지되면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를 다시 표결에 부치게 된다. 재적 과반수 출석과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으면 학생인권조례안은 조례로 확정되며 그렇지 않으면 폐기된다. 다만 시의회가 재의결하더라도 조례가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과부 장관은 조례에 대해 직접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한편 12개 학부모 및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학부모교육시민단체협의회’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학생인권조례 공포 및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학부모 단체 등은 곽 교육감의 이날 업무복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일부 몸싸움도 벌였다.

강현우/강경민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