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 위기 아닌 기회…M&A 적극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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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키오 경제산업상 "해외자원 지금 잡아야"
작년 사상 최대 기록한 M&A 올해 더 증가할 듯
작년 사상 최대 기록한 M&A 올해 더 증가할 듯
일본 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사례가 급증했고, 광산 지분 매입 등 자원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하다. 높아진 엔화가치가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이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엔고(高)를 해외 자원 확보와 투자의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자산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엔화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엔고의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FT는 “에다노 경제상의 발언은 미국 부동산을 싹쓸이하던 1980년대 일본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엔고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
일본의 해외기업 M&A는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정보회사 톰슨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 건수는 634건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고 투입된 자금도 690억4400만달러로 80.1% 늘었다. ‘기업사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엔고와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쉬워진 영향이 컸다. 일본 내수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원전사고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다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요인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일본의 투자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작년 한 해 일본 기업들이 M&A한 해외기업의 자산가치는 총 797억달러로, 미국(1866억달러) 영국(84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라고 밝혔다. 2010년 10위에서 7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투자 규모가 1000억엔(1조5000억원)을 웃도는 ‘빅딜’도 빈번했다. 다케다제약은 스위스 제약사인 나이코메드를 1조7000억엔에 사들였고, 미쓰비시상사는 로열더치셸이 갖고 있던 이라크 가스유전 지분 5%를 1조3000억엔에 매입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영국계 은행인 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리스사업을 5500억엔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해외투자가 유일한 엔고 해법
엔화가치는 작년 한 해 동안 줄곧 달러당 70엔대 중후반의 초강세를 나타냈다. 최근엔 유로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갑자기 살아나긴 어려운 만큼 올해도 엔고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달러매수)도 이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말 10조엔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 저지’ 펀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제 남은 카드가 없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해외 M&A를 강조하는 이유다.
엔고로 인한 산업공동화 우려도 해외자산 투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에다노 경제상은 “기업들의 해외투자와 이전이 늘어나면 당장은 일본내 일자리가 줄어들겠지만 5년 후에는 해외로 나가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엔고에 대한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에다노 유키오 일본 경제산업상은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엔고(高)를 해외 자원 확보와 투자의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지금보다 더 공격적으로 해외자산 매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엔화가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엔고의 단점보다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FT는 “에다노 경제상의 발언은 미국 부동산을 싹쓸이하던 1980년대 일본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엔고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
일본의 해외기업 M&A는 지난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미국의 금융정보회사 톰슨로이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M&A 건수는 634건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했고 투입된 자금도 690억4400만달러로 80.1% 늘었다. ‘기업사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일본 기업들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엔고와 저금리로 자금조달이 쉬워진 영향이 컸다. 일본 내수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고, 원전사고로 전력 공급이 불안하다는 것도 일본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요인이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일본의 투자는 두드러진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은 작년 한 해 일본 기업들이 M&A한 해외기업의 자산가치는 총 797억달러로, 미국(1866억달러) 영국(84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라고 밝혔다. 2010년 10위에서 7계단 뛰어오른 것이다.
투자 규모가 1000억엔(1조5000억원)을 웃도는 ‘빅딜’도 빈번했다. 다케다제약은 스위스 제약사인 나이코메드를 1조7000억엔에 사들였고, 미쓰비시상사는 로열더치셸이 갖고 있던 이라크 가스유전 지분 5%를 1조3000억엔에 매입했다. 이달 들어서는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이 영국계 은행인 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항공기 리스사업을 5500억엔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해외투자가 유일한 엔고 해법
엔화가치는 작년 한 해 동안 줄곧 달러당 70엔대 중후반의 초강세를 나타냈다. 최근엔 유로화에 대해서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경기전망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미국의 경기가 갑자기 살아나긴 어려운 만큼 올해도 엔고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달러매수)도 이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말 10조엔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개입에 나서기도 했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 저지’ 펀드를 만들겠다는 구상에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이제 남은 카드가 없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해외 M&A를 강조하는 이유다.
엔고로 인한 산업공동화 우려도 해외자산 투자를 통해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일본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에다노 경제상은 “기업들의 해외투자와 이전이 늘어나면 당장은 일본내 일자리가 줄어들겠지만 5년 후에는 해외로 나가지 않은 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엔고에 대한 역발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