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은행 대출 증가세 '뚜렷'
미국 대형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움츠렸던 가계와 기업들이 돈을 빌리기 시작,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17일(현지시간) 작년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이 기간 씨티그룹의 소매은행 대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한 133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가계와 지역 소상공인들의 자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웰스파고도 상업 및 기업 부문 대출이 11% 증가한 1670억달러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실적을 발표한 JP모건체이스를 포함한 3개 은행의 4분기 대출이 2조1400억달러로 전년 대비 410억달러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이후 첫 증가세다.

제임스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이후 가진 설명회에서 “대출 수요가 곳곳에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CEO도 “작년 4분기 전 세계에서 대출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재정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자본확충을 위해 대출을 줄인 것도 미국 은행들의 대출이 증가한 원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유럽계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소비자와 기업들이 미국 은행들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다이먼 CEO는 “유럽 경쟁사들이 대출을 줄인 것도 미국 은행들의 대출이 증가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WSJ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유동성 확충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의 대출이 크게 감소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특히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서 경기 회복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작년 11월 미국의 가계 대출은 연 9.9% 증가했다. 2001년 11월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여기엔 신용카드 대출과 자동차 대출, 학자금 대출 등이 포함돼 있다. 미국인들이 다시 빚을 내서 소비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점차 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대형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대형 은행들에 위기 발생시 파산계획서를 제출하도록 의결했다. 생전에 ‘유언장’을 미리 써내라는 것이다. 자산 2500억달러 이상의 7개 대형 은행들은 7월까지 파산계획서를 내야 한다. 나머지 30여개 은행들은 내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FDIC는 이와 함께 자산 100억달러 이상의 은행들에 해마다 스트레스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