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귀국한 박희태 의장 "돈봉투 모르는 일"…한나라 "속 뒤집어질 일"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살포를 전면 부인했다. 11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18일 새벽 귀국하면서다.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도 의장직 사퇴를 압박하고 있어 그의 거취가 주목된다.

박 의장은 인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며 “현재 얘기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얘기’라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아시다시피 이 사건은 발생한 지 4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기억이 희미할 뿐만 아니라 당시 중요한 선거 다섯 개를 몇 달 간격으로 치렀다”며 “연속된 선거와 4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7년 여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치를 때 선대위원장을 했고 또 그해 12월에는 대선이 있었다”며 “4개월 뒤 총선 때 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했고 총선이 끝난 지 두 달 만에 문제의 전대 경선이 있었다. 그 다음에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죄하는 마음으로 우선 오는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소정의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기자회견 직후 바로 자리를 떴으며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돈봉투 사건과 자신은 무관함을 강조하며 당 안팎의 국회의장직 사퇴 요구를 일단 비켜간 것이다.

여야는 박 의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조속히 실체가 규명될 수 있도록 관련자들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수사가 장기화되면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된다.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에 다 출석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박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미흡히다. 경륜에 걸맞은 결단을 조속히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최근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59)의 보좌관 김모씨를 소환해 조사했다고 이날 밝혔다. 2008년 전당대회 당시 한나라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이었던 안병용 씨(54)가 한 표는 박 의장에게, 나머지 한 표는 공 전 의원에게 던지도록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박 의장과 공 전 의원 사이에 돈이 오갔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