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사진) 측이 최근 팬클럽 등을 자처하며 생겨나고 있는 각종 지지세력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오른 안 원장과 마치 사전교감이 있는 것처럼 모임을 결성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안 원장 지지를 공식 선언하며 9일 출범식을 갖는 ‘나철수(나의 꿈·철수의 꿈·수많은 사람들의 꿈)’가 대표적 사례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정해훈 북방권교류협의회 이사장은 안 원장 측과 만나 팬클럽 결성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교수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이 모임은 양극화 문제, 청년 실업과 같은 사회 현안에 대한 정책 대안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정치인 안철수’를 지지하는 모양새다.

그렇지만 안 원장의 측근인 강인철 변호사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나철수는) 안 원장은 물론 안철수재단과도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 “혹시 이 같은 조직에 선의를 갖고 참여하는 개인들까지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주길 부탁한다”고도 했다. 실제로 나철수 관계자는 강 변호사의 사무실에 찾아와 조직을 만든다고 말했지만 강 변호사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철수’뿐 아니라 상당수 인사들이 안 원장 측에 ‘줄대기’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사는 “봉황(대통령)의 꿈을 이루려는 안 선생님에게 봉황의 날개가 돼 드리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안 원장 지인에게 보냈다는 후문이다. 안 원장이 지난 6일 안철수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행사장까지 찾아와 편지와 명함 등을 전달하려다 경호원에게 제지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는 무슨 포럼이나 세미나를 만들어 돈을 걷은 뒤 활동 자금으로 사용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느냐”며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