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업의 추락…순익 톱10 중 굴뚝산업은 닛산·혼다車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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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불감증' 파나소닉·소니 등 전자 추락
NTT도코모 등 통신, 주력엔진으로 부상
NTT도코모 등 통신, 주력엔진으로 부상
일본의 산업지도가 바뀌고 있다. 주력산업이 제조업에서 비제조업으로, 수출산업에서 내수업종으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상장기업들의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성적표엔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소니 도요타 등 전통 제조업은 순이익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느린 의사결정 구조와 리스크 회피형 경영, 관료화된 조직 문화 등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엔고(高)와 대지진은 잠재된 문제점을 극적으로 부각시킨 촉매다. 제조업이 빠진 자리는 내수 중심의 통신회사와 자원투자 위주의 종합상사들이 메우고 있다.
◆일본 산업 중심축 이동
10년 전인 2002년. 1600여개 일본 상장사 가운데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기업은 도요타자동차였다. 한 해 벌어들인 이익이 5565억엔에 달했다. 지금 환율로 8조원이 넘는 규모다. 2위는 닛산자동차였고, 그 다음으로 혼다 다케다약품공업 닌텐도 후지필름 등의 순이었다. 순이익 상위 10위까지 모두 제조업 차지였다.
반면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의 ‘대표선수’ 명단은 대부분 비제조업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상장사 순이익 1위는 내수 중심의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가 차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업종의 소프트뱅크(5위) KDDI(9위) 등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종합상사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미쓰비시(3위) 미쓰이(4위) 이토추(7위) 스미토모(8위) 등이 10위 안에 들었다.
전통 제조업에 속하는 기업 중에서는 닛산자동차(6위)와 혼다(10위) 두 곳만 톱10에 포함됐다. 니혼게이자이는 “최근 10년 새 일본 경제를 먹여 살리는 주력업종이 대폭 물갈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피드가 성적 갈랐다
일본 제조업체의 체력 저하 원인은 복합적이다. 엔고(高)와 대지진 등 외부 악재의 영향이 크지만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요인이 혼재돼 있다는 의견이 다수다.
전문가들이 가장 빈번하게 꼽는 것은 느린 의사결정 구조. 김미덕 일본 다마대 교수는 “한국기업은 오너 중심의 톱다운 방식이어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이 신속한 반면 일본 제조업체는 여러 대주주의 의견을 모두 수렴하는 합의체 구조이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큰 사업일수록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고 설명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는 “소니 등 일본 제조업체의 기업문화가 파격적인 혁신보다는 무난한 일처리를 우선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많은 창의적인 인재들이 외국계 기업 등으로 이탈했다”며 “과거의 성공을 답습하는 안이한 사내 분위기가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직장인들의 도전의식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저성장 지속에 따른 종신고용제도 붕괴, 연금 등 사회보장 시스템의 균열 등으로 미래가 불안해지면서 일본 회사원들의 성향이 갈수록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은 결국 사람들의 집합체”라며 “일본 제조업의 경쟁력이 1980년대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예전 일본 기업을 이끌던 사람들과 지금의 구성원들이 달라졌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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