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혜택을 받는 직업이 없다. 그런데도 비리를 저지르는 건 관용의 여지가 없다.”

양건 감사원장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공직 비리 척결이 올해 최우선 과제”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감사원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한 사건은 478건, 인원은 842명으로 2010년 221건, 380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공직사회에 부정부패가 뿌리 깊게 남아 있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다.

양 원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 지시로 만들어진 물가관리 담당관제와 관련,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규제가 있는 곳에 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기업 민원을 처리하는 실태에 대해 감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 밀레니엄 포럼] "정년 보장되고 연금 받는 공직자 비리…관용은 없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공직자들이 부패를 저질렀을 때 처벌 수위가 낮다고 본다. 처벌을 대폭 강화해 비리에 대한 기회비용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양건 감사원장=지금도 일정한 처벌을 받으면 연금 수급을 제한하는 등의 규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지적에 동의한다. 사회적으로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비리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서는 관용의 여지가 없다. 기회비용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사회 전체적인 청렴 수준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있나.

▶양 원장=적발률과 처벌률을 높여야 한다. 비리를 저지르면 무조건 걸린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처벌 강화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비리에 대한 고발이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는 고발하면 배신자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양성화된 고발문화를 만드는 것이 비리 척결에 중요하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올해 총선과 대선 공약이 쏟아지면서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이 우려된다. 복지에만 예산을 쏟다 보면 기본 인프라 투자가 소홀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위한 제도적 방안은 없는지.

▶양 원장=취임 이후 사회복지감사국을 신설할 정도로 복지 문제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엔 복지예산 누수에 대해 감사를 했다. 올해엔 더 나아가 복지시스템 자체의 효율성에 대한 감사도 계획하고 있다.

▶김 원장=정부뿐 아니라 공공기관의 예산 누수가 심각하다. 공공기관의 적자는 결국 국가부채로 이어진다. 공기업이 주는 각종 할인혜택도 복지라는 이름 아래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양 원장=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부채가 모두 늘어나고 있다. 당장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공공기관 재무구조 실태에 대해서는 점검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감사할 것이다.

▶차은영 이화여대 교수=지난해 대학 등록금 감사를 하며 사립학교까지 들여다본 것에 대해서는 월권 논란이 있었다.

▶양 원장=사립대 감사는 꼭 필요했고 법적 근거도 충분했다. 감사원 감사가 사립학교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진정한 자율성을 보장해주기 위해 재정감사를 한 것이다. 재정 사용에 대한 신뢰 없이 자율이 있을 수 있겠나.

▶박영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피감기관이 많으면 한 해 5~6번의 감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기관 간 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양 원장=원칙적으로 감사 기간 연장을 허용하지 않는 등 피감기관 업무 방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취임 후 감사품질관리관을 신설하고 피감기관의 애로사항을 적극 청취하고 있다. 감사원 입장에서도 700여명의 감사 인원으로 모든 기관을 감사할 수 없는 만큼 각 단체 자체감사기구와의 협업은 매우 중요하다. 정례적인 회의를 통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남윤선/조수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