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면세점 업체인 롯데와 신라가 미국 서부지역의 대표 공항인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면세점 접수에 나섰다. 작년 10월 세계 5대 공항면세점으로 꼽히는 홍콩국제공항(첵랍콕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놓고 맞붙었던 두 회사의 ‘글로벌 면세점 전쟁’이 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LA국제공항이 진행하고 있는 신규 면세사업자 선정 절차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LA국제공항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이 가장 많이 찾는 미국 공항으로, 연간 이용자 수는 813만명(2011년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억1754만달러로 2010년보다 20%가량 증가했다.

LA국제공항 면세점은 그동안 세계 최대 면세점 운영업체인 DFS가 운영했으나, 올해 말 계약종료를 앞두고 공항 측이 새 운영자를 찾기 위해 최근 공개입찰에 나섰다. 면세점 면적은 약 3716㎡로, 사업자로 선정되면 내년 1월부터 10년 동안 주류와 담배, 화장품 토산품 명품 등 면세점에 들어서는 모든 매장을 운영하게 된다. 양측이 합의할 경우 운영기간을 3년 연장할 수 있다.

LA공항 측은 다음달까지 입찰제안서를 받은 뒤 오는 6월 말께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에는 롯데와 신라 외에도 DFS, 듀프리, 듀티 프리 마메리카, 뉘앙스, 트래블 리테일 USA 등이 뛰어들었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까지 세계 1위 면세점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홍콩공항 면세점에 이어 LA공항 면세점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마케팅팀장은 “LA공항 면세점 입찰 설명회에 참가한 모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공동으로 입찰에 참여키로 했다”며 “롯데면세점의 중장기 목표를 ‘2018년 글로벌 톱3’에서 ‘2018년 글로벌 1위’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세계 5위 수준인 2조7000억원. 1위인 DFS(약 4조원)에는 1조3000억원가량 못 미친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해외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계획대로 되면 2018년 1위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 등 그룹 수뇌부도 해외시장 개척에 큰 관심을 갖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작년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한국 면세점의 해외 진출’ 시대를 열었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호텔은 이부진 사장(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이 화두로 내건 ‘글로벌 신라’ 방침에 따라 LA공항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LA공항은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이 미국을 드나드는 ‘관문’인 만큼 아시아인들의 쇼핑성향을 잘 아는 신라호텔이 적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세점은 연매출 1조5000억원 안팎으로 세계 10위이다.

한편 롯데와 신라가 맞붙은 홍콩국제공항 면세점 사업자는 이르면 이달 말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독자적으로 담배·주류, 화장품·향수, 일반 상품 등 3개 모집 분야에 모두 입찰서류를 낸 반면 신라는 해외 면세 사업자인 ‘스카이커넥션’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일반 상품 분야에만 입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