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등 경기둔화는 글로벌경제에 좋은 징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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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신흥-선진국간 FTA 불공평…국가간 금융거래 규제 필요
유럽 재정늘려 성장 견인해야
신흥-선진국간 FTA 불공평…국가간 금융거래 규제 필요
유럽 재정늘려 성장 견인해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69·사진)는 17일 홍콩 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열린 ‘제5차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 정부가 수출보다 내수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서 경기 둔화가 시작됐지만 이 현상을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시아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1820년대 전 세계의 40%를 차지했다가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10%대로 하락했다”며 “하지만 지난 10~15년간의 성장세로 200년 전의 전성기를 되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중국 한국 일본 등이 미국의 소비패턴을 그대로 따른다면 이는 세계에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현재 미국 중산층의 생활형편은 물가상승 임금 등을 고려했을 때 1978년 수준”이라며 “모든 혜택을 상류층이 집중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류층의 저축률이 15~20%로 높은 데 반해 중산층은 제로, 하위층은 사실상 마이너스란 지적이다.
그는 “선진국이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대기업과 정부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실업률이 개선됐다는 통계 자료를 내놓지만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어서 믿을 게 못 된다”고 전했다. “대마불사 문제가 여전하다”고도 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선 미국과 유럽이 모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독성이 강한 주택담보대출과 경기침체를 유럽에 수출했는데 이제 유럽이 되갚고 있는 격”이라며 “미국과 유럽은 ‘상호자살 조약(mutual suicide pact)’을 맺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럽 위기의 원인이 금융시스템 실패에 있는 만큼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8년 리먼사태에서 금융규제가 없으면 다 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곧잘 잊혀지고 있다”며 “국가 간 장벽이 없는 자본의 유출입에 칼을 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재정지출을 늘려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방법을 쓸 것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은 현재 리먼사태가 터지기 직전과 유사하다”며 “아시아 국가들은 서양 국가들이 이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특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협상은 반드시 불균형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만 세부 질문을 받자 “한국과 미국 간, 한국과 중국 간 FTA는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교수,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 교수와 공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석학이다.
홍콩=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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