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산업이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17일 보도했다.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경기침체와 취미활동 변화로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경고했다.

전미골프재단에 따르면 미국의 골퍼 수는 지난 5년 사이에 13%나 줄었다. 골프회원권은 20년 전보다 100만개나 감소했고 반값도 모자라 반의반값에 회원권을 파는 프라이빗(회원권) 골프장도 나오고 있다.

집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골프장 단지 내 주택도 헐값에 팔려나가고 있다. 유명 골프장이 밀집한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코첼라밸리에서는 매물로 나온 주택 4채 중 1채가 골프장을 끼고 있다. 운영난에 빠진 코첼라밸리의 골프 리조트 회사들은 1억원이 넘던 회원권 가격을 70%까지 내렸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문을 닫는 골프장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와이 그랜드 와일리아’와 ‘플로리다 도랄 골프리조트’ ‘캘리포니아 라퀸타 PGA웨스트’ 등 5개의 유명 골프 리조트를 소유해온 헤지펀드 ‘폴슨’이 파산보호 신청을 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골프장과 주택업자 간의 피해배상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 또 일반에 코스를 개방하는 프라이빗 골프장이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설 골프장 3400개 중 대중 골프장이 9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골프 열기가 시들해진 것은 경기침체 탓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은 경기와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였는 데도 18홀 코스를 한 번 도는 라운딩 수는 전년에 비해 3.5% 감소했다. 그린피가 비싸서가 아니라 재미가 없어서 골프장에 가지 않는 것이다. USA투데이는 “미국에서 골프 치는 사람이 어느새 ‘희귀종’이 됐다”고 표현했다.

그나마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DC, 애틀랜타 등 한인 밀집 도시나 명문 대학을 끼고 있는 대학 도시들의 골프장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주) 인근 골프장 관계자는 “주중이나 주말 예약객의 평균 30%는 한국인 교수와 기업체 직원 등”이라며 “이 지역에선 한국인이 없으면 골프장의 정상 운영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