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닥터 지바고'에 뒤늦게 합류

주지훈이 하차한 뮤지컬 '닥터 지바고'에 합류한 조승우는 "두 번째 제안을 받고 불쾌했었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조승우는 17일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막이 2주도 남지 않은 작품에 뒤늦게 합류하게 된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신춘수 대표한테 연락이 왔을 때 '이분이 드디어 정신이 나가셨구나'싶어 헛웃음이 났고 대관 일정에 맞춰 무리한 스케줄을 요구하는 것에 화가 나고 불쾌했다"고 말했다.

조승우는 애초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 역을 제안받았지만, 당시 영화 '퍼펙트 게임'과 뮤지컬 '조로'를 앞두고 있어 한 차례 거절한 바 있었던 것.
그는 "신 대표의 어이없는 제안을 받고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그랬을까 싶어 다음 날 말도 하지 않고 연습현장에 찾아갔다가 배우들의 리허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며 "무대 장치나 음악이 없어도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작품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친동생처럼 아끼는 배우 홍광호가 혼자서 버거운 공연을 감당해야 한다는 점도 그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조승우는 "광호가 매일같이 전화해 볼멘소리도 많이 하고 너스레도 떨면서 합류했으면 좋겠다고 꼬드겼다"며 "닷새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다 광호가 문자 메시지로 보낸 성경 구절에 결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조로'가 그저께 끝났고 지금은 이 작품을 완벽하고 훌륭하게 그려낼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다.

자신감은 제로 상태"라면서 "유리의 고독함이나 쓸쓸함이 뒤늦게 합류해 홀로 버텨야 하는 저의 고독함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그걸 활용해 표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승우는 "닷새 동안 고민을 했다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미 소용돌이치던 러시아 혁명처럼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무언가에 끌리고 있었다"며 "부수적으로 저한테 불리한 것들이 사라질만큼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신춘수 대표는 "'닥터 지바고'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하룻밤 고민하고 나서 조승우에게 제안했다"며 "말도 안 되고 이해도 안 되는 상황이지만 가장 강력한 지바고를 선택하는 것이 작품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조승우가 언제 무대에 오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배우들과의 호흡도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연습하고 나서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