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17일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박스권 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날 코스피지수는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유럽 9개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로 3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거 '팔자'에 나서며 프로그램 매물이 나왔다. 장 후반 기관이 '사자'로 돌아서 낙폭이 다소 축소됐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는 '마틴 루터 킹 기념일'을 맞아 휴장했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증시가 프랑스의 단기 채권 발행 성공 등에 힘입어 상승 마감한 점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내린 데 비해 또다른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AAA'를 유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럽 악재에도 불구하고 전날 주식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유럽 위기가 해소된 것이 아니라며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수 지지력이 강해 변동성을 활용한 저점 매수가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이 국채 발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거나 가용 재원의 규모가 이전에 비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전날 코스피지수가 제한적인 하락세에 그친 것은 신용등급 강등이 이미 알려진 악재였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때문으로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배 초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5배로 저평가 구간에 있어 이번 S&P의 조치로 매도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8일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자들간의 손실상각 협상, 20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 며 "당분간 변동성을 활용한 저점매수 전략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또 이번 주에 예정된 유럽 주요국들의 국채입찰은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EFSF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 유로존 경기둔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유가 급등 가능성 등에 증시가 추세적 상승 흐름으로 복귀하기는 여전히 힘들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지금은 높아진 박스권 하단의 지지력에 좀 더 주목해야 할 시기" 라며 "코스피지수는 높아진 하단 지지력을 바탕으로 추가 상승 시도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에도 국내 증시는 1840 부근에서 장중 반등에 성공하며 탄탄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중국 춘절 및 내수부양 정책의 수혜가 기대되는 중국 내수소비 관련주와 실적 안정성이 높은 정보통신(IT), 자동차, 내수 소비재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것을 권했다.

지수선물시장에 따라 국내 증시가 휘둘릴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 발표로 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 중 하나는 소멸됐으나 단기적으로 수급이 외국인의 선물매매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변동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물시장에서 외국인의 공격적인 자금 회수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선물 매매는 프로그램 매매를 유인하기 때문에 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방향이 설정될 경우에는 가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지금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프로그램 매도를 유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큰 상황" 이라며 "지난 해 배당을 노리고 유입된 자금이 아직 이익을 취하지 못해 차익실현 욕구가 큰 상황이란 점도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