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포스코, 프랑스 GTT 인수 나선다
포스코가 선박용 액화천연가스(LNG) 탱크 제조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프랑스 GTT(GazTransport & Technigaz) 인수전에 뛰어든다. GTT 인수를 두고 중국과 국내 조선업체들이 맞붙은 상황에서 포스코가 인수전에 나섬에 따라 결과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포스코와 국내 조선업체가 연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인수금액은 10억유로(약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중 인수전의 새 변수 등장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최근 GTT 인수 검토를 위해 국내 회계법인과 함께 가치 평가 작업을 시작했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기초적인 검토 단계”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조선업체가 포스코의 주요 고객이고, GTT를 중국 업체가 인수할 경우 국내 조선산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회사인지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GTT의 매각주관사인 라자드와 미팅을 가졌으며 정준양 회장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국민연금과 4000억~5000억원 규모의 ‘매칭 펀드’를 조성 중이다. 자금 용처가 아직 결정되진 않았지만 GTT 인수를 위해 이 자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예상되고 있다.

당초 GTT 인수는 조선협회 차원에서 추진돼 왔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하는 방안이다. 조선협회는 GTT 인수를 위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돌입,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추진 중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선협회에서 요청이 온다면 손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협력 가능성을 시사했다.

◆높은 가격이 변수

GTT는 지난해 매출 8116만유로(약1183억원)를 올렸다.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에서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탱크 기술의 특허를 갖고 있다. 2억달러짜리 LNG선을 건조할 경우 조선업체가 GTT에 지급하는 로열티는 척당 1000만달러 수준이다.

GTT가 매물로 나오자 장쑤룽성중공업 등 중국 선박업체들이 강력하게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분주히 움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 탱크를 공급받으려면 LNG선의 상세 설계를 제공해야 한다”며 “GTT는 이를 보관만 했지만 중국이 GTT를 인수하면 자국 조선업체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LNG선 건조 기술이 중국에 고스란히 넘어갈 것이란 우려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LNG선 발주 물량의 70% 이상을 싹쓸이해온 국내 조선업체들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가 발을 담그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10억유로(지분 100% 기준·약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인수가격이 가장 큰 변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매각주관사인 라자드가 한국과 중국 업체 간에 경쟁을 붙여 값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GTT는 2008년만 해도 매출이 2억5360만유로(약3697억원)에 달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급전직하해 2009년 1억4842만유로(약2167억원), 2010년엔 1억유로 밑으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매물로 나왔다.

GTT의 최대 주주는 프랑스 국영 가스공사인 GDF수에즈(지분율 40%)이며, 글로벌 에너지 업체인 토탈과 미국계 사모펀드(PEF)인 헬먼 앤드 프리드먼이 3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포스코와 조선협회가 GTT 인수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경쟁 입찰에 참여해 중국 조선업체의 인수를 방해하려는 목적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