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매각 등 구조조정
유럽계 은행 보유 제조업체, M&A 타깃 1순위될 듯
◆삼성의 관심도 ‘몸집 줄이기’
한국경제신문이 마켓인사이트(www.marketinsight.kr)의 출범을 맞아 국내 IB 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 IB업계 최대 화두로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자산 매각 증가’(21.6%)가 꼽혔다. 이어 ‘유럽 기업 등에 대한 크로스보더 M&A 증가’와 ‘유동성 확보를 위한 회사채 및 주식 관련 채권 발행시장 성장’(각각 16.2%)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모펀드(PEF) 성장에 따라 중소형 M&A가 증가할 것’이란 응답도 15.4%를 차지했다.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부문 대표는 “지난해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매각, HDD사업부 매각, 삼성전자와 삼성LED 간 합병 등은 최근 대기업들의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사업구조 고도화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올해는 대기업 계열 매물이 늘어나고 계열사 간 합병·분리 등 구조조정 관련 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대표는 “과거처럼 부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에 따라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며 “포천 500대 기업 등 글로벌 기업들도 최근 들어 몇 가지 핵심 사업에 집중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유럽 기업 M&A 활발할 듯
IB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해외 기업 사냥도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크로스보더 M&A가 작년에 비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89.1%가 ‘증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유럽계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제조업체와 에너지 관련 기업이 최대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 지역 자원 관련 국영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외국계 IB 관계자는 “외국계 IB 사이에서는 유럽 기업 M&A를 둘러싸고 중국 기업과 한국 기업이 벌일 각축전이 올해 최대 관심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기업 구조조정과 크로스보더 M&A가 활성화되면서 사모펀드(PEF)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각 증권사들이 잇달아 PEF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태영 대우증권 IB본부장은 “대기업이 해외에서 수천억원 규모의 M&A를 추진할 때 증권사가 PEF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등 협업할 수 있다”며 “단순 자문 업무에서 벗어나 직접 딜을 주도해야 IB 간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선제적 유동성 확보 노력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IB들로선 기업들의 이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이 가장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한 IB업체 대표는 “지난해에는 주주 배정 신주인수권부사채(BW), 쇼군본드, 위안화 표시 채권 등 국내 최초로 선보인 기업 자금 조달 방식이 유난히 많았다”며 “올해도 IB들이 어떤 차별화된 상품으로 안정적인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리그테이블 순위를 판가름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