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에 '모바일 태풍'…스마트폰에 할인쿠폰 '쏙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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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14일 시범서비스ㆍNHN, 내달부터 시작
스마트폰 활용 못하면 장사 접어야 할 판
식당·찜질방·옷가게도 모바일 쿠폰
스마트폰 활용 못하면 장사 접어야 할 판
식당·찜질방·옷가게도 모바일 쿠폰
이제 스마트폰으로 내려받은 공짜 할인쿠폰이 없으면 가만히 앉아서 ‘바보’가 될 판이다. 똑같은 음식을 먹어도 남들보다 많은 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국에 산재한 골목상권에도 ‘모바일 태풍’이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이 갖고 있는 위치정보 서비스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첨단 문명의 이기(利器)를 통해 보다 실용적인 소비를 즐길 수 있고 중소업체들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 이런 흐름에서 이른바 ‘스마트 디바이드(smart divide)’ 현상에 따라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업체는 고전할 수밖에 없다. ‘재벌 빵집’ 따위가 늘어나는 것보다도 훨씬 두려운 일들이 현실 속에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연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면서 지역경제는 이제 ‘모바일 골목상권’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SK는 SK텔레콤 자회사인 SK플래닛을 통해 14일부터 모바일 할인 쇼핑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서비스(LBS)를 이용해 인근의 각종 점포와 품목 및 서비스 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해당 업체의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LBS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과의 제휴를 통해 지역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일부를 앱 개발사에 주는 형태로 모바일 플랫폼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최근 위치정보 앱인 ‘하이데어’ ‘뻐꾸기’ ‘스쿨톡’ 등에 자사가 개발한 광고 툴을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배포했다. 전국에 걸쳐 확보한 700여개 소매업소와 소셜커머스 상위 8개 업체의 상품 및 할인 정보를 제공할 채비도 마쳤다. 회사 관계자는 “오는 5월부터는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오브제 등 다른 LBS 기반 앱들을 확보하고 코코펀 등 대형 쿠폰 전문 지역업체와 협력해 정식 서비스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의 이 같은 움직임은 NHN과 KT를 의식해 선수를 치는 성격이 강하다. NHN은 이르면 3월 중 자사 포털 앱 ‘네이버’와 ‘네이버 지도’ 등을 통해 똑같은 서비스를 시작한다. KT도 지난해 9월 NHN 자회사인 NHN비즈니스플랫폼(NBP)과 함께 설립한 지역 광고사업 합작사인 칸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이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할인쿠폰 서비스를 하고 있는 티몬 등 일부 소셜커머스 업체도 서비스 지역을 조만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할인쿠폰 서비스는 아니지만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은 LBS를 이용해 인근 식당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퀵켓은 앱 ‘번개장터’를 통해 가입자의 중고품은 물론 옷가게 등 지역업체 정보를 주고 있다.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도 운전자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지역업체들의 음성광고를 준비 중이다.
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폰 확산과 함께 일찌감치 예견돼 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LBS 사업자 신고 건수는 212건으로 2009년(26건)보다 8배 이상 늘었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모바일 할인 쇼핑 서비스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이라며 “서비스 지역이 넒고 이용자 수가 많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공하는 업체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상권이 커지면 지역업체들도 자사의 정보와 할인쿠폰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영업에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온라인에도 지역정보 검색 기능이 있지만 이용자와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이제 웬만한 가게들은 접근성과 신속성에서 엄청난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시장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디바이드’가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한 새로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