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 일본 청년들의 성장통
일본 문학계의 거장 이츠키 히로유키(80)의 대표작 《청춘의 문》(지식여행·사진)이 번역 출간됐다. 일본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청년의 성장담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청춘의 문》은 1970년 ‘고향편’을 시작으로 1993년 ‘도전편’까지 총 7권 출간됐다.

지금까지 2200만부가 발행된 장기 베스트셀러. 1989년 출간된 문고본은 초판만 100만부를 찍었는데, 일본 출판계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수차례 영화 드라마 만화 연극으로 각색되며 시대를 넘어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한국어판은 1권(고향편)과 2권(자립편)이 먼저 출간됐다.

소설의 주인공은 1935년 태어나 2차대전 패전 무렵 유년 시절을 보낸 소년 이부키 신스케다. 1권은 석탄산으로 둘러싸인 땅 지쿠호에서 보낸 신스케의 어린 시절을 그린다. 신스케의 아버지 주조는 신스케가 다섯 살 때 갱내에 갇힌 조선인 광부들을 구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의 의협심을 물려받은 신스케는 강인한 성격의 계모 다에와 함께 지내면서 조선인 마을의 김주열과 인연을 맺고, 여동생 같은 동네 친구 오리에와 음악 선생님 아즈사를 통해 이성에 눈을 뜨기도 한다.

2권에서는 대학 입학을 위해 도쿄에 온 신스케의 ‘홀로서기’를 다룬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다가오는 기회와 인연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여러 가능성에 다가가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모든 것은 이제부터다. 자신의 진로와 정치적인 입장, 인간으로서의 신조, 장래의 직업, 그리고 연애나 방랑이나 학문, 그 모든 것들을 전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할 자유로운 입장에 서 있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시험해보고 나서 정하면 된다. 그것이 청춘이라는 어설픈 울림이 있는 계절을 가진 인간의 특권이다.”

신스케는 밀려드는 혼란 속에서 자신은 아직 젊다며 이렇게 독려한다.

1967년《창백해진 말을 보라》로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츠키는 《바람에 날리어》《대하의 한 방울》 등 여러 편의 밀리언셀러를 썼고, 1978년부터 32년간 나오키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