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이어 육우농가도 시위… "1마리 키우면 150만원 적자"
“육우 송아지가 해장국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값인 1만원대로 떨어진 게 누구 책임입니까. 차라리 애완용으로 팔 테니 장관님이 가져가세요!”

한우(韓牛)에 이어 육우(肉牛·젖소가 낳은 수컷 소) 농가들도 가격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에 가세했다. 정부의 소값 안정대책이 한우에만 치우쳐 있다는 게 육우농가들의 주장이다.

16일 한국낙농육우협회에 따르면 2010년 평균 9654원이었던 육우고기 1㎏ 가격은 지난달 6713원으로 30.5% 떨어졌다. 같은 기간 한우고기 1㎏이 1만5948원에서 1만2203원으로 23.5% 내린 것보다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육우농가에 더 큰 타격을 준 것은 송아지값의 폭락이다. 젖을 갓 뗀 육우 송아지 1마리는 2010년 30만원에 거래됐으나 작년 말 1만8300원으로 93.9% 급락했다. 한우 송아지가 암컷은 240만원에서 111만원으로, 수컷은 217만원에서 76만원으로 53.4~64.9% 떨어진 것보다 폭락세가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한우의 적정 사육두수 유지에 실패하고 쇠고기 수입은 확대해 육우 송아지 거래 자체가 실종됐다”며 “반면 사료값 등 생산비는 계속 올라 두당 150만원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고 육우농가는 빚더미에 파산 직전”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한우 선호가 강하지만, 육우도 30~4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쇠고기 시장에서 10% 안팎의 점유율을 보여왔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수입산 쇠고기의 공세와 한우값 급락으로 육우값도 ‘덩달아 하락’해 억울함이 크다는 게 육우농가들의 하소연이다.

한우의 경우 농가에서 사육을 과도하게 늘려 값이 떨어진 게 문제였다면 육우는 사육두수가 2007년 16만7000두에서 작년 9월 14만3000두로 오히려 줄었다.

낙농육우협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육우와 송아지 값 폭락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협회 회원 100여명은 “농가들이 도산하고 소들이 죽어가는데도 정부는 근본적 대책없이 ‘송아지 요리개발’ 같은 한가한 대책이나 내놓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육우농가들은 경영 안정을 위해 입식장려금과 무이자 사료구매자금 등을 지원하고, 소비 확대 차원에서 군대 급식과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육우를 공급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송아지 요리로 육우값을 잡겠다는 것은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라며 “당장 사료 빚으로 고사 직전인데 이런 대책이 무슨 소용이냐”고 지적했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주말 “농민들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대해서는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정부가 한우 대책도 뒷북으로 내놨지만 육우에 대해서는 아예 ‘서자 취급’ 하며 무대책으로 방치하고 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국내 축산업의 한 축인 육우 농가가 붕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이번 집회에서 송아지를 1만원에 파는 행사도 벌이려 했지만 정부와 경찰의 봉쇄로 무산됐다. 협회 측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대규모 상경집회와 기습시위 같은 ‘사생결단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