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신 사장 "2030년까지 1000조원 시장…한국, 원전 주도권 잡을 기회"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은 세계 원전 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한국형 원전 수출을 가속화하는 발판이 될 것입니다.”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68)은 오는 3월23일 서울에서 열리는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 효과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세계 원자력산업계 고위 인사 200여명이 참여하는 이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이번 서밋은 국제적 핵안보 체제 강화는 물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떨어진 원자력에 대한 신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원전 르네상스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에 참여하는 등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그만큼 원전 필요성에 대한 신념도 확고하다. 김 사장은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는 언젠가 고갈되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원자력 정책을 일관되기 추진해야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의 주도권은 물론 에너지 위기 시대의 대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자력 인더스트리 서밋’의 기대 효과는 무엇입니까.

“이번 행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부대행사입니다. 한수원을 비롯해 국내 원자력 산업계는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 향상에 대한 세계 원자력 산업계의 합의문을 도출해 정상회의에 건의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원자력 산업계의 국제적인 위상과 입지가 강해질 것입니다. 핵 비확산을 공고히 유지하면서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해온 우리나라의 모범 사례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 세계적인 행사 개최로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 단계 높이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가 한국형 원전의 추가 수출에도 도움이 될까요.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국내 전력량의 3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에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고, 안전하고 우수한 운영기술력으로 최상의 원전 운영 실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밋을 통해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강점을 세계에 알리고 책임있는 원자력 강국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440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데, 2030년까지 두 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통상 원전 1기 건설 금액이 3조~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액으로는 1000조~120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점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어 수출 전망이 밝습니다.”

▶후쿠시마 사고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 원자력 산업계는 사업 추진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은 기술개발이 필요합니다. 원전은 첨단 과학기술의 결집체로서 인류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원전 기술력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기술개발에 얼마나 매진하느냐에 따라 부족한 점들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안전성을 높인다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이 순간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확률적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사고를 걱정하면서도 원거리 이동에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도 불안하기는 하지만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 원전의 안전성 향상 대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한수원은 향후 10년간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6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한 해 매출을 웃도는 대규모 투자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2020년까지 매년 매출의 6.2~7%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 지금보다 안전성을 10배 이상 높인 원전을 만들 것입니다. 기술개발 분야는 크게 원전 안전, 신형로 기술, 방사선 등 크게 6가지로 나뉘고 그 밑에 66개 중·장기 기술과 293개 세부 추진 과제가 포함됩니다. 지진 규모와 상관없이 원전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는 면진(免震)기술과 전력 공급이 끊겨도 작동하는 자동 수소 제거 설비 등이 대표적인 과제입니다. 이번 R&D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연구·개발 인력만 연간 3900여명에 달합니다.”

▶한 달 새 원전이 세 번이나 고장으로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전은 부품 수백만개로 이뤄진 복합체입니다. 우리 인체와 비슷합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잘해도 기침이 나올 수 있고 열이 나기도 하고 소화불량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원전은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조그만 이상이 발생해도 발전을 정지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화력발전소는 방사능 누출 등의 위험이 없어 전력을 생산하면서 보수하면 되지만 원전은 최후의 보루, 안전성 확보를 위해 발전을 정지하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고장 정지율은 한국이 제일 낮습니다. 발전소 1기당 고장 횟수는 연간 0.1회로 세계 평균인 1회의 10분의 1 수준입니다.”

▶신규 원전 부지 선정과 관련 지역 반발 움직임도 있습니다.

“원전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거꾸로 유치를 주도했다가 떨어진 지역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미 원전을 유치한 경험이 있는 지역 주민들은 원전 유치가 지역 발전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현재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이런 효과가 충분히 홍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유치를 반대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역 설명회 등 주민들과의 접촉을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김종신 사장은
△1945년 경남 마산 출생 △197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72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1991~2001년 원자력기술실장, 해외사업처장, 고리원자력본부장 △2004년 한국서부발전 사장 △2007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011년 세계원자력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