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신용 무더기 강등'…다가올 세 가지 '위험'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9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강등시켰다. S&P가 지난달 유로존 16개국을 등급감시 대상으로 올린 지 불과 1개월 만에 벌어진 일이다.

앞으로 유럽연합(EU)은 대규모 국채만기와 그리스 부도 가능성, 경기하강 압력과 긴축 실행의지 약화, EU 정상의 미봉책 한계 등 세 가지 리스크(위험)가 불거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는 유로존의 '맹주'인 독일의 AAA등급을 유지했지만, 그간 등급강등 가능성을 시사해온 프랑스(AAA→AA+)와 오스트리아(AAA→AA+)의 AAA등급 지위를 빼앗았다. 더불어 재정위기의 전염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스페인(AA-→A+)과 이탈리아(A0→BBB+)와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키프로스, 몰타도 잇따라 등급 강등을 맞게 됐다.

최병두, 신환종, 이대윤 우리투자증권 크레딧(credit) 전문 연구위원은 이날 분석보고서를 통해 "이번 EU 신용등급 대규모 강등으로 인해 다가올 가장 큰 위헙은 2012년에 집중돼 있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한번 부도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는 그리스와 대규모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는 이탈리아의 차환 리스크 가능성은 올해 유럽 재정위기의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지적이다.

그리스는 현재 민간채권자와 스왑 등을 통한 자발적 채권조정(PSI) 논의를 지속하고 있으며, PSI 성사 여부가 2차 그리스 구제금융 시행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민간부분의 채권탕감이 확실하게 이뤄진 경우에만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그리스를 압박하고 있는 중이다.

또 고강도 긴축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발생하는 경기하강위험과 유럽 정치권의 실행의지 약화 가능성도 불안요인 중 하나다.

신 연구위원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와 전염이 예상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고강도의 긴축이 실행되고 있지만, 재정건전화 이외에 성장동력을 향상시킬만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 독일·프랑스 간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밝혔듯이 재정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재정건전화와 더불어 강대국과 주변국 간 경제 및 무역 양극화 문제와 장기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U 정상들의 잇단 '미봉책'도 한계를 드러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그는 "수 차례의 EU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된 미봉책이 재정위기의 확산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먼저 독일과 프랑스가 위기 해결의 시발점으로 판단하고 있는 재정협약의 경우 달성여부와 실효성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국의 반대로 지난 정상회의에서 EU 27개국 전원 동의를 통한 EU조약 개정에 실패한 상황인데 향후 의회비준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몇 개국이 참여하게 될 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고, 만약 오는 3월 1일까지 새로운 재정협약에 참여하는 국가가 더 늘어나지 않을 경우 재정위기는 더욱 악화일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신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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