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한나라당 비대위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과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 제한) 강화 등 재벌개혁 방안에 대해 “내가 그것을 이니셔티브(주도권)를 갖고 끌고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13일 한 라디오에 출연, “한나라당이 그것을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나름대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 정책 분야를 총괄하는 정강정책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의 발언은 출총제 부활 논의가 보수 표현 삭제문제에 이어 또다른 논란거리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당분간 쟁점화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비대위 출범 초 정책쇄신의 키워드로 재벌개혁을 거론했다. 현 정부 들어 출총제는 전면 폐지됐으며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이나 은행지주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4%에서 9%로 완화됐다.

김 위원은 이어 “보수 용어 삭제 문제와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출총제 등)가 나오면 다시 보수 논쟁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말을 물가로 데려가도 물을 먹지 않겠다면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재벌개혁 문제에 대해 김 위원은 “재벌은 탐욕에 항상 차 있는 사람들이고 절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당 정강·정책에서 ‘보수’표현을 삭제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하는 데까지 하다가 안 되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면 내 나름대로 결심하면 되니까 의기소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이 당내 반발을 감안한 것 아니겠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당내 반발이라는 게 합리성에 기반했다기보다 상당 부분 비대위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이상 보수 삭제를 제의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정치는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기에 어느 때는 그런 얘기를 또 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이 그것은 죽어도 할 수 없다고 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의 논란을 거치며 초반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박 위원장과 김 위원 사이가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박 위원장은 부자정당 이미지를 벗고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당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은 무모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