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의 조건은 시대나 문화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전통 미인은 초승달 같은 눈썹에 마늘쪽 같은 코, 앵두 같은 입술, 반듯한 이마를 지녀야 했다. 혜원 신윤복이 그린 ‘미인도’의 여인도 눈 코 입이 작고 전체적으로 다소곳한 분위기를 풍긴다. 조선시대 왕비를 간택할 때는 온화하고 복이 넘치는 얼굴을 우선적으로 봤다고 한다.

미인 평가의 권위자로 통했던 중국 명말·청초의 희곡작가 이어는 흑백이 분명한 눈동자와 검은 눈썹, 하얀 피부를 조건으로 꼽았다. 손과 발은 자그마해야 했다. 소설 ‘금병매’에 나오는 미인도 비슷하다. 검은 눈동자가 큰 반면 흰자위는 작아야 하고(黑大白小·흑대백소), 도톰한 아랫입술에 얇은 윗입술이 얹혀야 하며(上軟下重·상연하중), 긴 머리로 얼굴을 달걀처럼 감싸야(卵顔長髮·난안장발)한다고 했다. 백거이가 ‘장한가’에서 그린 양귀비는 ‘얼굴을 돌려 한번 웃으면 백 가지 교태가 생긴다’고 했으니 아름다움과 애교를 겸비했던 모양이다.

서양 미인 역시 이목구비는 뚜렷해야 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넓은 미간에 턱과 코가 작아야 미인 대접을 받았다. 얇고 붉은 입술, 검은 눈동자와 눈썹도 조건으로 꼽혔다. 반면 베트남 소수민족인 자오족 여인들은 눈썹이 없어야 미인으로 친다. 태국 서북부 나이소이 지역에선 목과 귀가 길어야 미인이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목에 동으로 만든 링을 걸어 길게 만든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아름다움이란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과 환상의 표현이기도 하다.

현대 미녀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의 인터넷 뷰티용품 사이트가 실시한 ‘부위별로 가장 예쁜 여성’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유명 스타들의 얼굴 부위를 합성한 ‘궁극의 미녀(Ideal Woman)’ 모습이 얼마전 발표됐다. 영국 왕자빈 캐서린 미들턴의 머릿결에서부터 영화배우 메간 폭스의 눈썹, 케이트 베킨세일의 코, 키이라 나이틀리의 광대뼈, 안젤리나 졸리의 입술, 귀네스 팰트로의 턱선, 켈리 브룩의 가슴, 가수 셰릴 콜의 눈매까지를 고도의 합성기술로 조합했다고 한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단다. 아름다운 건 틀림없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는 거다. 아마 전체적인 균형이 미세하게 깨진 탓일 게다. 우리사회의 성형 열풍이 좀체 식지 않고 있다. 초등학생들도 수술을 조를 정도다. 유행에 휩쓸려 특정 부위를 뜯어고치려다 얼굴의 균형을 깨뜨려선 안될 일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