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 ‘7성급’의 최고급 한옥호텔을 세우려던 대한항공의 계획이 항소심 법원에서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부지 부근에 중·고교 세 곳이 모여 있어 호텔 건설은 교육환경을 해친다는 취지다.

서울고법 행정9부(부장판사 조인호)는 대한항공이 서울시 중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호텔 건설을 허가하지 않는 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행위 등 해재신청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2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ㆍ맹자의 어머니가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 번 이사한 교훈)란 고사성어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학교 주변 환경은 학생들의 학습 및 성격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호텔이 세워지면 해당 부지 옆의 여자 중·고등학교 세 곳(덕성여중·고, 풍문여고)의 학생 2500여명은 학습 및 면학 분위기, 정서적 안정감, 조화로운 인격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어 “해당 부지는 학교 세 곳과 울타리 또는 주 통학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접해 있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대한항공이 주장하고 있는 숙박시설 부족난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사정은 중요한 참작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옆 옛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를 매입,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한옥 관광호텔 등을 짓기 위해 교육청에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내 금지시설 해제를 요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보건법은 학교출입문 반경 50m 이내는 절대정화구역, 학교경계선 반경 200m 이내는 상대정화구역으로 정해 호텔 건설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