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사상 최대 리콜' 불구 건재한 도요타…비결이 뭐지?
2010년 사상 최대 규모의 리콜사태를 겪은 도요타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에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도요타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 2012년 도요타가 추락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지난해 11월 도요타의 신형 캠리는 미국 시장에서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미국 보험업계에선 이 차를 ‘가장 안전한 차’로 꼽았다.

《영속 성장 기업의 비밀》의 저자인 마이클 쿠수마노 MIT 교수는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의 힘, 즉 ‘스테잉 파워(시간이 지난 후에도 대중성을 유지하는 능력)’에 주목한다. 그는 “기존의 경영대학원들은 질적인 연구보다는 엄밀한 데이터에 기반한 양적인 연구에 주력해왔다”며 “이런 방식의 접근은 실제 비즈니스 환경에서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삼성전자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격랑과 위기 속에서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된 경영전략은 여섯 가지다.

첫째, ‘제품만이 아닌 플랫폼’ 전략이다. 애플로 대표된다. 애플도 사업 초기에는 제품 중심의 폐쇄성을 가진 기업이었지만 아이팟 이후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아이폰·아이패드를 아우르는 강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었다. 둘째, ‘제품을 넘어선 서비스’다. 과거 자동차 회사들은 완제품 매출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할부 금융·애프터서비스 시장에서도 큰 수입을 올리고 있다.

셋째, ‘전략만이 아닌 역량’은 기본에 관한 문제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의 ‘푸시만이 아닌 풀’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품을 일방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팔리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내놓는 제품에 고객 요구와 개발자를 동기화한다는 것이다.

PC에서부터 모바일에 이르기까지 ‘제국’을 건설한 구글의 사례로 꼽은 ‘규모가 아닌 범위의 경제’와 지난해 도요타가 겪은 시련을 바탕으로 ‘능률이 아닌 유연성’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저자가 내내 강조하는 것은 간단하다. 제품·전략·유통·규모·능률 등이 기업의 전통적 성공요인이었다면 이제는 플랫폼·서비스·역량·풀·범위의 경제·유연성이라는 명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