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름달기' 단순작업 맡기자…수만명 열광 '웹게임' 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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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BIZ School - 경영학카페
지루한 일도 재밌게 바꾸는 새로운 시도해야 진짜 인재
겨우 출석만 하던 준법교육…사내 방송 만들자 인기 폭발
지루한 일도 재밌게 바꾸는 새로운 시도해야 진짜 인재
겨우 출석만 하던 준법교육…사내 방송 만들자 인기 폭발
10여 년 전 필자가 컨설팅회사에 지원했을 때 면접자가 묘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인 면접자는 지루한 일을 재미나게 바꿔서 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제껏 면접장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질문이어서 일단 나중에 답하겠다고 하고 다음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면접이 끝날 즈음에 다음의 취지로 답을 했다.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번역작업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일은 속도가 나지 않고 지루하다. 문법을 고려하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일이 힘든 면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먼저 영어 원문을 읽으면서 문장마다 핵심이 되는 한글 단어를 종이에 적는다. 이어 한글 단어만 보면서 작문을 한다. 원문과 다소 차이가 생기지만 번역을 읽은 사람들이 직역한 경우보다 더 잘 읽힌다고 칭찬해줬다.
이 답으로 필자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필자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한 유일한 지원자였다. 우리는 모두 지루한 일을 싫어한다. 뇌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반복적인 작업, 속도가 느린 작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은 주로 발언권이 약한 신참 직원의 몫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일은 조직 내 최고 인재에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최고의 인재일수록 지루한 업무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이 지루한 업무를 맡으면 기발한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글의 예를 보자. 구글에서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도 보여준다. 누군가는 각종 이미지에 이름을 붙여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구글에 입사할 정도의 엔지니어라면 누구라도 이 일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때 한 직원이 이 지루한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만든 것은 네티즌들이 사진을 보고 그에 맞는 이름을 적어 넣는 일종의 게임사이트,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였다. 이미지를 보고 이름을 입력할 때 같은 이름을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네티즌들은 자연히 해당 이미지를 보고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이름을 고민하게 됐고, 구글 사용자들은 정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칭찬했다.
급기야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구글의 지루한 업무를 대신해 준 사람이 무려 7만5000명에 이르게 됐고, 이들이 분류한 이미지는 총 15억장에 달했다.
IT 및 경영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의 준법관리인으로 임명된 러스 버랜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내 준법교육 담당자로 임명되자 고민을 시작했다. 당시까지 베어링포인트는 전국에 흩어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시청 교육을 해왔는데, 출석표에 서명만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컨설턴트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버랜드는 TV에서 방영하는 시트콤보다 재미있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가상의 컨설팅회사를 배경으로 ‘또라이’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소재 삼아 비디오를 제작했다.
흥미를 가진 직원들이 제공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로 인해 첫 주말 촬영에서 시리즈 10편을 모두 다 촬영할 수 있었다. 편집을 끝내고 월요일 사내 첫 방송이 나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다음주 방송을 미리 보겠다며 사내 서버를 해킹하려는 직원들까지 나타났다.(구글에서 ‘Aggrieva Episodes’를 검색하면 비디오를 볼 수 있다.)
회사에서 중요한 일이 항상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지루한 일을 어느 직원에게 맡길지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다. 최고의 인재에게 지루한 일을 맡겨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이 일을 재미있게 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게. 자네라면 할 수 있어. 내가 이 일을 자네에게 맡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네.”
인재에게만 재미있고 각광받는 일을 맡기다 보면 조직 내에 불화를 피할 수 없다. 때로는 인재가 지루한 일을 멋지게 해냄으로써 조직 내 분위기도 개선하고, 자신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짜 인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실망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인재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루한 일도 재미나게 해낼 수 있어야 진짜 인재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번역작업을 맡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일은 속도가 나지 않고 지루하다. 문법을 고려하고 정확한 단어를 고르는 일이 힘든 면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을 만들었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먼저 영어 원문을 읽으면서 문장마다 핵심이 되는 한글 단어를 종이에 적는다. 이어 한글 단어만 보면서 작문을 한다. 원문과 다소 차이가 생기지만 번역을 읽은 사람들이 직역한 경우보다 더 잘 읽힌다고 칭찬해줬다.
이 답으로 필자는 컨설팅 회사에 입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필자가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한 유일한 지원자였다. 우리는 모두 지루한 일을 싫어한다. 뇌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뇌는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어서 반복적인 작업, 속도가 느린 작업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은 주로 발언권이 약한 신참 직원의 몫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일은 조직 내 최고 인재에게 맡기라고 조언한다.
최고의 인재일수록 지루한 업무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이 지루한 업무를 맡으면 기발한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글의 예를 보자. 구글에서 단어를 입력하면 관련 텍스트와 함께 이미지도 보여준다. 누군가는 각종 이미지에 이름을 붙여놓아야 가능한 일이다. 구글에 입사할 정도의 엔지니어라면 누구라도 이 일을 싫어할 수밖에 없다. 그때 한 직원이 이 지루한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그가 만든 것은 네티즌들이 사진을 보고 그에 맞는 이름을 적어 넣는 일종의 게임사이트, ‘구글 이미지 레이블러’였다. 이미지를 보고 이름을 입력할 때 같은 이름을 입력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네티즌들은 자연히 해당 이미지를 보고 누구라도 떠올릴 만한 이름을 고민하게 됐고, 구글 사용자들은 정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칭찬했다.
급기야 월급 한 푼 받지 않고 구글의 지루한 업무를 대신해 준 사람이 무려 7만5000명에 이르게 됐고, 이들이 분류한 이미지는 총 15억장에 달했다.
IT 및 경영 컨설팅 회사 베어링포인트의 준법관리인으로 임명된 러스 버랜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내 준법교육 담당자로 임명되자 고민을 시작했다. 당시까지 베어링포인트는 전국에 흩어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비디오 시청 교육을 해왔는데, 출석표에 서명만 하고 자리로 돌아가는 컨설턴트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버랜드는 TV에서 방영하는 시트콤보다 재미있는 교육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가상의 컨설팅회사를 배경으로 ‘또라이’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직원들의 고충을 소재 삼아 비디오를 제작했다.
흥미를 가진 직원들이 제공한 재미있는 아이디어들로 인해 첫 주말 촬영에서 시리즈 10편을 모두 다 촬영할 수 있었다. 편집을 끝내고 월요일 사내 첫 방송이 나가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다음주 방송을 미리 보겠다며 사내 서버를 해킹하려는 직원들까지 나타났다.(구글에서 ‘Aggrieva Episodes’를 검색하면 비디오를 볼 수 있다.)
회사에서 중요한 일이 항상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지루한 일을 어느 직원에게 맡길지에 대한 해답은 명확하다. 최고의 인재에게 지루한 일을 맡겨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이 일을 재미있게 해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게. 자네라면 할 수 있어. 내가 이 일을 자네에게 맡기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라네.”
인재에게만 재미있고 각광받는 일을 맡기다 보면 조직 내에 불화를 피할 수 없다. 때로는 인재가 지루한 일을 멋지게 해냄으로써 조직 내 분위기도 개선하고, 자신의 능력도 발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짜 인재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실망하기보다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줄 안다는 것은 인재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루한 일도 재미나게 해낼 수 있어야 진짜 인재다.
김용성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