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갈등을 빚어오던 부산 신항 관할권이 마침내 조정됐다. 사선으로 갈라진 행정구역이 ‘계단형’으로 정리됐다.

허남식 부산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는 11일 지방자치 역사상 광역자치단체장으로는 최초로 각각 상대측 시도 청사로 출근,하룻동안 역할을 바꿔 시장,도지사업무를 수행하는 1일 교환근무를 실시했다. 두시도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협력하자는 의도에서 교환근무가 이뤄졌다.

우선 양시도 지자체장은 이날 교대근무를 통해 앞으로의 두 시도의 협력을 위한 시작으로 신항의 경계획정문제를 해결했다. 두 시도 지차체장은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에서 그동안 갈등을 빚어오던 ‘신항 행정구역 조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행정구역 기준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입주기업 불편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행정구역 조정에 합의한 것.이번 합의를 위해 부산시는 북컨테이너부두 배후물류단지 면적 9054㎡를 경남도에 양보했다. 경남도는 북컨테이너부두 선석 부지 3만3020㎡를 부산시에 넘겼다.

지금껏 신항에서는 비스듬한 선을 기준으로 관할이 부산시와 경남도로 나뉘면서 북컨테이너부두 부산신항만(주)(PNC)은 6개 선석 가운데 4개는 부산시, 2개는 경남도로 쪼개졌다.배후물류단지 3곳인 세방부산신항물류㈜와 퍼스트클래스 로지스틱스㈜, ㈜C&S국제물류센터들도 반쪽으로 나뉘었다. 현재 이들 업체의 한쪽은 부산 강서구 성북동이고 다른 반쪽은 경남 창원 진해구 용원동이다.

양쪽으로 쪼개진 입주업체들은 세금 납부, 관공서 이용, 폐기물 처리 등의 행정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큰 혼란을 겪어 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PNC는 사선인 경계선이 수직으로 반듯하게 조정됐다. 선석은 부산과 경남이 각각 3개씩 관할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0년 6월 신항 관할권을 놓고 부산시와 경남도가 각각 청구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사선을 기준으로 진해시 쪽은 경남도에, 강서구 쪽은 부산시에 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새로운 신항 행정구역 경계는 양 시도가 이번 합의안을 토대로 지방의회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법령 정비가 완료되면 최종 확정된다.

허시장은 이날 교환근무에 대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고충을 듣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이웃 도시끼리 서로 상생하고 어떤 갈등도 대화로 풀어나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사도 “그동안 형식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 셈”이라며 “시도 경계획정 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협력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양시도의 갈등현안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양 시도 지자체장은 두 도시간의 갈등을 빚고 있는 남강댐의 부산공급 등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큰 차이를 보였다. 허 시장은 “남갱댐 물이 적으면 취수를 즉각 중단하고 이를 시민단체가 감시하면 될 것”이라며 “남는 물이 있는지가 관건인데 이는 전문기관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김 지사도 “현재 경남연구결과는 물이 모자란다고 하고,부산의 연구결과는 물이 남는다는 다른 결과가 나온만큼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게 과학적인 조사를 맡겨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공항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을 나타냈다. 허시장은 “각 지역에서 똑같이 편리한 신공항 위치를 찾는 것은 힘들다”며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1년 전 백지화 상황이 다시 올수 있는 만큼 기존 가덕도에서 양보하거나 기초단계에서 공동조사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공항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대선 공약에 포함시켜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은 밀양이나 가덕도를 정하지 말고 연구기관에 맡겨 최적의 지역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태현/창원=강종효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