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 회사채 올 3조 만기…리파이낸싱 어려워 '비상'
신용등급 BBB급인 회사채 중 40%인 2조82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돌아온다. 채권시장에서는 BBB급 회사채 인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돼 발행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11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투자등급 회사채 가운데 가장 신용도가 낮은 BBB급 회사채 중 2조8200억원 규모가 올해 만기를 맞는다.

BBB급 채권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 수요가 위축되며 매년 순상환 기조를 나타내왔다. 발행잔액은 2007년 12월 말 11조5500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7400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AA급 초우량 회사채 잔액은 같은 기간 18조1200억원에서 작년 말 62조9700억원으로 3배 넘게 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BB급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 중 상당수가 차환발행을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BBB급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은 대부분 업황이 어려운 건설·조선·해운사들이다. 이들이 회사채를 차환발행하려면 금리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작년 4분기 해운사 폴라리스쉬핑(BBB 등급)은 연 8.3% 고금리에 2년 만기 자금을 조달했다. 쌍용양회공업(BBB)과 동부건설(BBB)도 건설경기 회복 지연으로 연 7%를 웃도는 이자에 돈을 구했다.

권광호 동양증권 IB본부장은 “올해도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자금조달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들 기업은 채권에 주식의 매력을 더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나 전환사채(CB) 등 주식연계사채(ELB) 발행을 적극 검토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투명한 주가 전망 탓에 ELB시장의 활용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650억원 규모의 STX조선해양 BW 일반공모 청약은 0.13 대 1에 그쳤다. 한 달 앞서 청약을 실시한 경남기업 BW도 500억원 중 절반 정도가 미달됐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