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디트로이트에 울린 환호성
9일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 미시건홀. 백발의 심사위원장이 하얀 봉투를 뜯자 참석자들은 숨을 죽였다. 잠시 뒤 그의 입이 열렸다. “엘란트라!” 2012년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세단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호명되는 순간이었다. 내외신 기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일제히 “와”하고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서 트럭 부문에서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선정됐을 때는 덤덤하게 박수치던 이들이었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하는 기자도 짜릿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아반떼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포드 포커스와 폭스바겐 파사트가 강력한 경쟁자여서 아반떼가 수상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모터쇼 장소가 미국인 데다 GM과 포드 등 미국 메이커들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상황에서 힘을 실어줘야 하는 만큼 포커스가 선정되지 않을까 하는 말이 기자들 사이에서 돌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결과 아반떼는 174점을 얻었고 파사트는 161점, 포커스는 155점에 그쳤다. 북미 올해의 차는 50명의 미국·캐나다 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이들 중 한 명인 제인 오도넬 USA 투데이 기자는 “아반떼는 럭셔리하지만 가격이 합리적이며 섹시하면서도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2009년 ‘제네시스’로 이 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럭셔리 세단이 아닌 일반 모델로 수상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발표 직후 기자들은 일제히 달려나와 전시돼 있던 아반떼의 사진을 찍고 수상대에 오른 존 크라프칙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 사장과 박성현 현대차 파워트레인담당 사장에게 20분 넘게 질문을 퍼부었다.

크라프칙 사장은 “아반떼는 이미 지난해 18만6000대를 팔아 전년 대비 판매량이 41% 늘었기 때문에 이번 수상으로 인해 판매량이 크게 더 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제품 이미지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여유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수상으로 인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더욱 깊숙하게 들어와 도요타, 혼다와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순간이었다.

최진석 디트로이트/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